시공능력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이후 중견건설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계의 신용등급을 보수적으로 책정하기 시작하면서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건설사 29곳 중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곳은 롯데건설(A+), KCC건설(A-) 등 2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경우 1~2년 이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예고격인 셈이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롯데건설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이유로 단기적 유동성 대응 부담 완화에도 과중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과 사업변동성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한신평은 "지방, 비주택 미착공 현장 관련 PF우발채무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며 "2024년 분양한 광주, 김해 등에서 부진한 분양실적 기록, 분양경기 침체 영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CC건설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지방의 분양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으로 단기적 유동성 대응과 외부차입 및 PF우발채무 부담 통제 여부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최근 건설업계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보수적으로 재편했다. 한기평이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신용등급 변동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한기평은 평가대상인 30개 기업 중 건설 업종인 한신공영, 동원건설산업, 롯데건설, 벽산엔지니어링, 일성건설 등을 지난해 말 기준 '부정적' 전망 및 '부정적검토대상' 등록 업체로 선정하고 신세계건설의 신용평가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건설업계에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돼 높은 원가부담과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계에 보수적인 평가를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건설업계에서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는데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군다나 신동아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조정 가능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공능력평가 40위 내의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라며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가 신용등급평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기정사실화됐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했다.
전문가는 신동아건설 법정관리는 건설 경기 악화 흐름이 누적돼 발생한 현상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실장은 "주택시장도 양극화가 심화된 상태에서 대형 건설사들도 (상태가) 좋지 못한 상황이니 중견·중소 건설사는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결국 그런 것들이 누적된 결과"라며 "올해까지는 힘든 시간을 보내야 될 것 같다. 뚜렷한 해결책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