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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국채·파운드 동반 하락세…"트러스 모멘트 재연?" 투자자 우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1-10 10:01:34

영국 국채 가격이 급락한 데 이어 파운드화도 동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장기물 국채는 현재 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자칫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낙마로 이어졌던 2022년 하반기의 미니 예산안 발 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영국 정부는 즉각 재정준칙을 지킬 것이라며 불안 진화에 나섰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455%까지 뛰었다.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 역시 4.93%대까지 뛰며 전날에 이어 또다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채권 금리 상승은 가격 하락을 가리킨다.
같은 날 영국 파운드화도 약세를 보였다.
파운드 환율은 장중 한때 1.223달러선까지 밀리면서 2023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후 1.23달러선으로 반등했으나 최근의 약세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통상 국채 금리가 뛰면(가격 하락) 파운드화 가치는 오른다.
하지만 이날 시장에서 영국 국채와 파운드화 가치가 동시에 내려앉은 것은 그만큼 영국 재정, 정책 방향 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지에서는 지난 7일 30년물 국채 입찰에서 수요 부진이 확인된 이후부터 이러한 국채 금리 상승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매슈 라이언 이버리 시장전략책임자는 "영국 국채에서 나타난 변동은 극단적"이라며 "투자자들은 특히 영국 경제 전망과 공공재정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바 선-와이 M&G 인베스트먼트 매니저 역시 "투자처로서 영국에 대한 신뢰가 악화한 것"이라며 "(국채금리가 급등한 가운데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자본이탈의 신호"라고 평가했다.


WSJ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최근 채권 매도세가 확인되고 있다면서도 영국의 경우 실제 정부 재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 매체는 "이는 재무부가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증세에 나서거나 재정지출을 감축할 가능성을 제기한다"며 "이는 영국의 취약한 경제성장을 한층 둔화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2022년 9월 리즈 트러스 전 총리 시절 재정적 뒷받침 없는 감세 예산안으로 파운드화가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폭등했을 때와 비교하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당시 혼란으로 트러스 총리는 취임 44일 만에 사임했고, 지난해 조기총선에서 노동당으로의 정권 교체로까지 여파를 미쳤다.
BBVA의 알레한드로 쿠아드라도 분석가는 "영국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국채금리는 상승하고 파운드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며 "재정 우려가 지속되면 '트러스 모멘트'의 미니 버전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시와 같은 속도의 국채 매도세를 촉발하진 않았으나,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BNY의 제프리 유 수석전략가는 "영국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2022년과 갑자기 비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상황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넥스 유럽의 닉 리스 통화분석가는 "앞서 트러스 전 총리 당시 채권시장 혼란이 발생했던 것에 대한 과잉반응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 또한 진화에 나섰다.
영국 의회의 긴급 현안회의에 출석한 대런 존스 재무부 부장관은 "영국 국채 시장은 계속 질서 있게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경제적 안정, 건전한 재정에 전념한다는 데 의심할 여지가 없어야 한다"며 재정준칙 준수를 강조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사라 브리든 부총재 역시 에든버러대 경영대학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지금까지 움직임은 질서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유럽, 영국의 글로벌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며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G는 인플레이션 고착화, 재정지출 우려,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세, 영국 국채발행 증가세 등의 요인으로 인해 영국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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