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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시민들… ‘소매판매’ 부진 21년 만에 최악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1-12 11:00:52
비상계엄 사태로 고환율 지속 등 부진 장기화 우려

지난해 11월까지 누계 소매판매액이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었던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재화 소비 부진은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종류를 불문하고 나타났다.
가까스로 살아날 조짐을 보이던 내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에 재정을 조기 집행해 내수를 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심리가 급락한 데다 수출 부진 등 하반기 경제의 불확실성도 크다는 점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2003년(-3.1%) 이후 같은 기간 기준 21년 만에 가장 크게 준 것이다.
2003년 당시는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대출에 따른 카드대란 사태로 소비 절벽이 나타났던 해다.

이번 소비 부진은 자동차·가전과 같은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을 포함한 비내구재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1월 내구재와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3.7%, 1.3% 줄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동반 감소세다.
모든 상품 종류군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대표 상품군별로 보면 내구재인 승용차 소비는 2023년 7.6% 늘었지만 지난해 6.5% 줄며 감소 전환했고, 보합(0.2%) 수준을 유지했던 준내구재 의복 소비도 작년 3.2% 줄었다.
대표적인 비내구재인 음식료품은 2023년(-1.8%)에 이어 지난해에도 2.5% 줄며 낙폭을 키웠다.

소비의 다른 축인 서비스 소비도 둔화세다.
작년 1~11월 서비스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비스 생산 증가폭은 2022년 6.9%를 찍은 뒤 2023년 3.4%로 둔화했는데, 지난해에도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심의 상점이 영업을 중단한 모습. 연합뉴스
문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 10월 이후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퍼졌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는 급속히 냉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3개월에 걸쳐 9.4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이후에는 단 한 달 만에 12.3포인트 급락했다.
정부 역시 올해 민간 소비 전망치를 하향했다.
정부는 올해 초 내놓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민간소비가 1.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시 전망치 2.3%에서 0.5%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정치적 혼란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촉발하는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60원대 재진입하는 등 널뛰기를 지속하고 있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물가를 연쇄적으로 밀어 올린다.
실제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고환율에 따른 석유류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1.9%를 기록, 전월(1.5%)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세출예산의 75%를 상반기에 배정하는 등 재정을 신속히 집행해 경기 회복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추경 없이는 내수 회복이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교역 부진과 기저효과로 수출 증가폭이 지난해 8.2%에서 올해 1.5%로 급락할 것이라고 예상(정부 경제정책방향)되는 등 수출 호황에 따른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고, 원화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 카드도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재정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실효성이 없고 단기 처방에도 미치지 못해 기대 인하고, 재정을 몇 개월 당겨쓰는 것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 국가재정 확충과 소득 재분배, 적극적인 재정 역할 확대를 위한 증세 후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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