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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절벽’ 내몰렸던 실수요자 숨통 트이나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1-14 17:31:42
가계대출 문턱 낮추고 기업 심사는 강화
한은, 1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작년 4분기보다 주담대 등 완화 전망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가계대출 문턱이 지난해 4분기보다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비록 빚을 내는 것이긴 해도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절벽에 몰렸던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은행들의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여전히 강화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가계·기업의 신용 위험은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은행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한국은행은 14일 향후 3개월 동안 금융기관의 대출태도와 신용위험 전망을 담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1월26일부터 12월6일까지 은행과 신용카드회사 등 203개 국내 금융기관 여신업무 총괄 담당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출태도, 신용위험 및 대출수요에 대한 지난 분기 동향 및 다음 분기 전망을 5개 응답 항목을 통해 조사한 뒤 가중평균해 지수를 산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1로 전 분기(-27)보다 26포인트나 뛰었다.
한 분기 사이 강화 의견이 크게 줄어 대출태도가 완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지수가 양(+)이면 ‘완화(대출태도)’ 또는 ‘증가(신용위험·대출수요)’라고 답한 금융기관 수가 ‘강화’ 또는 ‘감소’보다 많다는 의미이고, 음(-)이면 반대다.
대출 주체별로 나눠 보면, 가계 주택대출(주택담보대출 등)과 가계 일반대출(신용대출 등)에 대한 태도 지수가 각각 6, 3으로 지난해 4분기(-42·-39)보다 크게 완화됐다.
대기업(-3)과 중소기업(-3)도 여전히 강화 의견이 많지만 전 분기(-11·-17)와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대출은 생활안정자금 및 주택실수요자 중심의 주택담보대출, 비대면 신용대출 등에서 다소 완화를 전망했다”며 “기업대출은 대내외 금융·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자본적정성 관리, 부동산·건설업 등 취약업종 중심의 여신건전성 관리 등으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1분기 대출수요 종합지수(25)는 지난해 4분기(7)보다 18포인트 올랐다.
수요 증가 전망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특히 가계 주택대출(6→19)과 일반대출(8→14), 대기업(0→17), 중소기업(8→31)에서 모두 수요 확대가 예상됐다.
기업의 경우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업황 부진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 증가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내 은행이 예상한 1분기 신용위험 종합지수는 34로, 전 분기(28)보다 6포인트 높아졌다.
대기업(11→28), 중소기업(33→39), 가계(22→28) 모두에서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위험은 업황 부진, 자금 사정 악화로 높은 수준이 이어질 것”이라며 “가계의 신용위험 역시 소득 개선 지연, 채무상환 부담 지속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응답자들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경우 대체로 1분기 대출태도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신용위험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하방리스크 확대 및 높은 수준의 연체율 지속 등으로 자산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강화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새해 들어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이날부터 0.05~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상품별로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0.1%포인트,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포인트 각각 낮췄다.
SC제일은행은 전날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영업점장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우대금리를 높이면 적용 대출금리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오는 20일부터는 다자녀 우대금리(0.1%포인트) 조건도 기존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한다.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신한은행은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의 한도(기존 2억원)를 없애고 ‘대출취급 당일자 보유주택 처분’ 조건의 전세자금대출도 허용키로 했다.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임원회의에서 은행 자체 재원으로 하는 기금대출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국내은행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디딤돌·버팀목대출)이 2022년 이후 180.8% 증가하는 등 가계대출 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의 기회비용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자산쏠림 리스크 및 건전성 악화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자체 재원 정책자금대출은 2022년 말 24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6월 기준 69조5000억원으로 2년 새 급증했다.
이 같은 대출은 은행 재원으로 대출 취급 후 일정 한도 내에서 관련 기금이 일부를 이차보전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 원장은 법원이 31일부터 도입하는 미래등기시스템에 대해서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취급 관련 혼선이 있을 수 있는데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없도록 은행권 및 관련 기관과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말했다.
박미영·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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