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 갱신 주기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해보험사는 적정한 손실평가 모델을 개발해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도 했다.
보험연구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영향, 보험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체계 발전 방안은'을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날 코리안리, 고려대, 포항공대, 이화여대, 중국 칭화대와 기후리스크 관리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6자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연사로 나선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염이 생명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인 폭염일수는 1980년대 7.9일에서 2010년대 14.5일로 늘었다. 전세계적으로도 폭염 빈도가 늘고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해 7월 지구 표면 평균온도를 17.01도로 측정했다. 이는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온도이자 20세기 평균 온도(15.8도)보다 1.21도 높은 수치다.
김 연구위원은 폭염 등 기후변화에 따라 심장·호흡·영양실조 등 다양한 건강위험의 발생 빈도도 늘고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보험손실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 보험사의 자연재해 보험지급금은 2017년 3947억원에서 2022년 1조2559억원으로 5년 만에 약 3배 늘었다. 김 연구위원은 "기후변화는 종신보험금 지급과 건강보험 청구 변화 등을 통해 보험사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다만 기후변화로 생명보험업의 손실 정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생보사가 기후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갱신주기를 짧게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생명보험은 상당 기간 고정된 보험료로 장기적인 보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손해율 변동에 대한 대처가 어렵다"면서 "갱신주기를 짧게 설정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험의 변동성을 더 자주 평가해 반영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보험료율을 산정할 때 기후변화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 연구위원은 "생명보험 위험률 산출 시 향후 기후변화 위험 완화와 적응 수단에 따른 기후위험 상쇄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노출도와 보험료 부담이 큰 취약 계층에 대한 보험료 지원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천우 코리안리 캣(CAT)모델링 파트장은 '손해보험산업의 기후리스크 영향과 대응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백 파트장은 손보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손실 정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예측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글로벌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리스크 평가 방법으로 전문가 판단, 위험 지도(Hazard Map), 발자국(Footprints), 기후행동추적(Climate Aaction Tracker·CAT) 등 4가지 모델이 통용된다. 전문가 판단은 기후변화 전문가를 통해 위험도를 예측한다. 위험 지도는 기후변화 지도에 태풍 강도나 침수 정도 등을 표기해 이에 따른 결과를 예측한다. 풋프린트는 실제 발생한 피해액에 기반해 향후 발생할 기후변화를 예측한다. CAT은 위험에 대한 빈도별 평균 예상 피해 규모를 산출하는 모델이다. 백 파트장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합리적인 기후변화 손실 평가모델로 풋프린트와 CAT을 권한다"면서 "다만 두 모델 모두 손실을 과대평가할 수 있는 한계도 있어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기후변화 손실 평가모델을 개발한다면 기후변화는 손해보험사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 파트장은 "보험산업의 태생 자체가 위험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기후변화도 또 다른 기회"라며 "앞으로 많은 전문가가 모여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