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산율이 반등한 데는 에코붐(1991~1996년생) 세대가 본격적으로 가임 연령대에 진입한 인구학적 요인이 큰 만큼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거주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청년들은 한국의 출산율이 매우 낮은 원인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전셋값, 집값 등 과도한 주거비’를 가장 많이 거론했고, 가장 필요한 정책도 ‘청년의 거주문제 지원’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 |
사진=뉴스1 |
2015년 합계출산율이 1.24명을 기록한 뒤 2023년 0.72명까지 8년 내리 하락했던 부진의 터널이 9년 만에 끝난 것이다.
출산율이 반등한 현상을 두고 가치관의 변화 등 여러 해석이 나오지만 가장 큰 배경은 인구 지형 자체에 있다는 분석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에코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혼인 적령기에 들어선 효과가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30~34세 여성인구(주민등록인구현황 기준)는 2021년 154만454명으로 증가로 전환된 뒤 2022년 157만9679명, 2023년 161만3298명, 2024년 164만4334명으로 늘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지연됐던 혼인이 2022년 8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증가했던 점도 시차를 두고 출산율 반등에 도움을 줬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문제는 출산율 반등의 배경이 되고 있는 인구효과가 곧 끝난다는 점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30~34세 여성인구는 올해 170만142명에서 2026년 172만458명, 2027년 170만8959명, 2028년 169만1835명으로 170만명 안팎을 유지한다.
하지만 2029년 166만2224명, 2030년 164만2320명, 2031년 160만7878명으로 하락한 뒤 2032년 153만8807명으로 급락한다.
저출생 골든타임이 7년 정도 남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청년들은 저출생 반전을 위해 무슨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등이 지난해 8월 발간한 ‘청년의 결혼 및 출산 인식과 세대지향적 저출생 정책지원망 구축 연구’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 |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
그 결과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매우 낮은 원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지나치게 높은 전셋값, 집값 등 과도한 주거비’ 응답이 33.9%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일과 가정의 균형이 어려운 사회 풍토’(16.3%), ‘사교육비 등 과도한 자녀 양육비’(15.4%) 등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25~29세 집단에서 과도한 주거비가 문제라는 응답이 36.5%로 높게 나타났다.
실제 수도권에 살고 있는 한 20대 후반 여성은 연구진에 “집값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월에 부담해야 될 이자라는 게 요즘은 거의 필수적인 거니까 고정비 때문에 저는 맞벌이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고정비 자체가 줄어들면 외벌이어도 상관이 없는 그 환경이 만들어지잖아요. 외벌이면 애기를 전담으로 맡을 사람이 있는 거니까 그런 환경만 돼도 출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고, 비수도권에 살고 있는 20대 초반 여성은 “집이라는 게 평수도 넓어지고 좋아질수록 비싸지잖아요. 요즘 사회에서는 그런 집을 구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출산도 계속 미뤄지게 되고, 출산율이 낮은 데 기여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청년의 거주문제 지원’ 응답이 35.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어 ‘청년의 소득 및 자산 증대’(29.8%), ‘청년의 취업난 해결’(24.3%) 순이었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가장 미흡한 분야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역시 ‘청년의 거주문제 지원’ 응답이 3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