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로 3년째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규모 세수결손은 반도체 활황 등 장밋빛 전망에 기초해 예산을 짰기 때문이었는데, 올해는 이와 달리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달 법인세 신고 및 납부 마감일까지 들어올 법인세수 규모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입 예산대로라면 올해 3월 법인세는 전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야 하지만, 기재부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3월은 연말에 결산하는 기업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이익에 대한 세금을 최종적으로 납부하는 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달 세입 규모에 따라 한 해 세수 펑크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3월 법인세는 18조7000억원 걷혀 1년 전보다 5조5000억원(22.8%) 줄었다.
결국 2024년 법인세 총수입(62조5113억원)은 당초 예산보다 15조2000억원 적게 걷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입 예산을 마감했던 시점에서 8월까지는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영업이익이 200% 증가했었다”며 “3분기까지도 이런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4분기에는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이 시장 기대만큼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5년 세입 예산안에서 올해 걷힐 수 있는 법인세를 작년보다 10조8000억원 늘어난 88조5000억원으로 예상했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올해 수익 증가에 따른 효과로 법인세 증가가 전체 국세수입 증가를 견인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7조7000억원)보다 적은 6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이 둔화했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예상치(영업이익 약 8조원)와 부합한 8조828억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2023년 영업 손실에 대한 세금을 올해 공제받아 오는 3월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기재부는 전년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법인세를 내지 않으면서, 3월 법인세입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미 두 기업은 중간예납 시점 당시, 전년도 결손을 상회하는 상반기 호실적을 바탕으로 세금을 냈다.
그렇기 때문에 2023년 결손으로 올해 낼 법인세를 공제받는 법인이월결손금 공제(기업이 적자를 기록하면 최대 10년간 그 손실을 공제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로 두 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을 일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라 예상보다 적은 세금을 납부할 우려는 있어도 아예 납부하지 않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가장 큰 문제는 중간예납이 있는 8월이다.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세금을 내는 이 시기에 걷힐 법인세가 예측보다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세입 예산을 짰던 시점에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를 실제 부과하는 등 올해 상반기 경제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법인세 어떻게 될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은 둔화세에 진입했다.
일평균 기준 수출은 지난 1월(7.7%)에서 2월 5.9% 감소로 돌아섰다.
글로벌 수요 둔화로 낸드플래시 같은 범용 반도체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53.1% 감소한 영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관세 전쟁이 본격화돼 글로벌 교역 규모가 앞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수출도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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