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첫날 해상풍력 프로젝트 중단 행정명령 서명
국내 풍력 기자재 기업, 일방적 공급계약 해지 통보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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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력 기자재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풍력발전 정책 사정권에 들었다. /AP.뉴시스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 풍력 기자재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풍력발전 정책 사정권에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 배척 정책으로 국내 기업의 미국 해상풍력 계약이 좌초되면서다. 국내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를 통해 미국발 매출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해상풍력타워를 제조하는 CS윈드는 지난해 11월 수주했던 미국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4일 공시했다. CS윈드는 "지난달 28일 계약 상대방에게 공급계약 해지 통보서를 받았고, 즉시 계약종료 효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 해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풍력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 풍력 산업이 멈춰선 여파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해상 풍력 발전을 강하게 비판하며 "첫날부터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첫날인 지난 1월 20일에는 손가락으로 풍력 터빈이 도는 모습을 흉내 내며 "크고 흉한(ugly) 풍력 터빈이 동네를 망친다"며 "우리는 풍력발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구역 임대 중단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인가 중단을 뼈대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난해 12월 허가한 '라바리지 풍력발전 프로젝트'의 개발도 일시적으로 금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풍력을 강력히 비판해 왔으나, 이번 행정명령은 예상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규모"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미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풍력 산업의 성장에 새로운 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급변한 정책 기조로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내 풍력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미국 내 해상 풍력 프로젝트를 4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석유 기업 셸은 10억 달러(약 1조44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해상 풍력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 덴마크의 해상 풍력 대기업 외르스테드는 미국 내 풍력 사업에서 17억 달러(약 2조4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2030년까지의 자본 투자 계획을 25% 축소했다.
이미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 부진이 예상됐던 만큼 국내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의 추가 수주로 매출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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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풍력 기자재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풍력발전 정책 사정권에 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1월 29일(현지시각)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에 있는 한국 풍력타워 제조업체 씨에스윈드(CS윈드) 공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당 계약의 매출 인식은 2026년부터 계획돼 있었기에 단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이번 계약 해지가 CS윈드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부터 유럽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적인 공급 부족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이 상황을 활용한 신규 수주를 통해 매출 공백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풍력에너지협회에 따르면 유럽은 전 세계 누적 설치용량의 75%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 시장이다. 2020년 기준 유럽은 해상풍력발전을 통해 총 25GW 상당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2030년까지 누적설치용량을 323GW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EU는 유럽기후법을 제정해 중장기 기후목표를 법제화했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힘을 쏟으면서 해상풍력발전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은 '유럽 해상풍력발전산업 현황 및 주요 전망'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은 현지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수주 전략이 필요하다"며 "EU 역내 공급망을 파악하고 유사 프로젝트 수주 경험이 있는 유럽 기업과 공동 진출이 유리하다"고 제안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