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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약체' 된 원화…대내외 겹악재에 나홀로 저평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11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장중 달러당 1460원대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 위협에 국내 정치 불안과 경기 하강 우려가 맞물리면서 원화는 주요국 통화보다 유독 약세를 나타내며 맥을 못 추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에서 5.9원 오른 1458.2원을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6.8원 오른 1459.1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1460원대를 터치했다 수출 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으로 간신히 상승 폭을 줄였다.
지난 6일만 해도 1442.4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4거래일 만에 16원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최근 약세 흐름에 따라 103대에 머물렀다.
 간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기 침체를 불사하고라도 고율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점이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통상적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 안전자산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지만 달러는 이날도 약세를 나타냈다.
 관세 정책이 미국 경기 둔화를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계가 빨라질 것이란 전망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달러인덱스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로화, 엔화 등 주요국 통화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달러화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 이후 미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는 5% 이상, 엔화는 6% 이상 절상됐다.
특히 이날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8% 내린 147.319엔을 나타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9.85원으로 2023년 5월 12일(990.39원) 이후 최고치다.
하지만 원화는 약달러 흐름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1% 넘게 절하됐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는 미국의 관세 위협에 더 취약한 데다 정치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에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증가한 탓이다.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거 이탈하는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가 역대급이라는 점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은 이날만 유가증권시장에서 3636억원어치를 팔았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통화와 달리 원화는 가치를 끌어올릴 뚜렷한 반등 카드가 없는 탓에 당분간 상승 모멘텀을 잡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는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해 크게 뛰었다.
엔화 역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관측이 높아지면서 급등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공정 교역국으로 지목하는 등 아직 관세 영향권에 있다"며 "순대외자산 내 해외 증권투자 비중이 주요국 중 상위라는 점에서 구조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미국발 관세 리스크와 함께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가 달러 급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 상승 폭을 제한했다"며 "특히 이번 주에는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가 중요한 분수령을 맞이할 수 있어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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