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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주춤하는 상황에서도 증권가에서는 목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여전히 기술적 격차를 바탕으로 한 시장 내 독점적 지위는 유효하다는 평가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다.
지난 10일까지 총 1조446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2위 네이버(5216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순매수 상위 2~5위 종목을 사들인 금액을 모두 더해도 SK하이닉스 순매수액에 못 미친다.
최근 들어 순매수와 순매도가 반복됐지만, 아직 외국인 투자자들이 첫손에 꼽은 종목은 SK하이닉스다.

주가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18만7900원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은 8% 수준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7.1%를 웃돌지만 올해 최고가 22만7000원과 비교하면 17% 가까이 빠졌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목표 주가 20만원대 중후반대와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목표가 컨센서스는 27만6750원이다.
여전히 SK하이닉스의 사상 최고가인 24만8000원을 웃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목표가를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기도 했다.
가장 낮은 20만원을 제시한 iM증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증권사의 목표주가는 27만~30만원 범위에 포진해 있다.
증권사들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배경은 뚜렷하다.
AI시대는 필연적이고, 그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지위는 공고하다는 것이다.
AI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급증한다.
일각에서는 각국의 수출 규제와 관세 경쟁으로 시장 성장 속도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AI시대의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AI모델이 더 복잡해지고, 빅테크들도 AI 관련 사업을 중장기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단기 부침은 있겠지만 투자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클락 청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5' 행사에서 "상위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 투자 규모는 2018년 800억달러에서 지난해 2000억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2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서버,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부분도 2030년에는 34%로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구축 확대는 HBM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SK하이닉스의 제품 공급 기회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올해 스마트폰, PC 세트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한 자릿수로 점쳐지는 반면 AI서버 출하량은 3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은 주춤해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는 HBM은 건재한 셈이다.
지난 1월 말 기준 메모리 공급사들의 재고는 D램 9~10주, 낸드 14~15주 수준이다.
DDR4, DDR5, LPDDR5 등 대다수 제품의 계약 가격은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다르다.
D램 혼합 평균판매단가(ASP)는 HBM 매출 확대, 특히 HBM3e(5세대) 12단 비중 증가로 1분기에도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3년 매출 32조7658억원,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매출은 66조1930억원으로 두 배가 뛰었고, 영업이익도 23조4673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올해 실적전망치(컨센서스)도 탄탄하다.
매출 81조8642억원, 영업이익 32조7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7%, 39.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가성비' AI모델 딥시크 등장으로 고성능 AI칩 수요 감소와 HBM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보급형 AI모델이 확산하면서 수요가 더 증가하고 AI가 보편화하는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보급형 모델 확산은 다양한 응용처 별로 개발 비용을 낮춰줌으로써 AI 생태계 확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도 HBM 12단 이상 제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HBM 수급은 빠듯하고, SK하이닉스의 HBM 기반 실적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수도 있다.
엔비디아 같은 고객사의 전략과 계획이 수시로 변하면서 제품의 생애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하는 고객사 제품 출시 일정에도 꾸준히 납기를 맞출 수 있어야 제1공급사로서의 점유율 우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점이 충족돼야 신제품 출시 초기 가격 협상권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해도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공급자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H20향 HBM3 8단부터, GB300향 HBM3e 12단까지 전 제품의 공급이 가능한 것은 SK하이닉스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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