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문제 해결의 열쇠는 과열된 입시경쟁과 이에 따른 수도권 인구 집중 해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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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GEEF 2025' 기조연설에서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는 저출생·고령화 문제와 기후변화 이슈"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총재는 "초저출산율(지난해 합계출산율 0.75), 과도한 수도권 인구 집중, 입시경쟁 과열, 이 세 가지 문제는 별개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상 서로 깊이 연결돼 있다"며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인구소멸, 항구적 마이너스 성장, 사회갈등 폭발, 청년의 기회와 자신감 상실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거점도시 육성'과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 파격적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고려하면 2개에서 많아야 6개의 거점도시를 육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의 지역 거점도시에 병원, 영화관, 스포츠센터 등 핵심 인프라와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도권에 버금가는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입제도에선 대학에 신입생 선발 자율권을 부여하되, 최종 선발 결과는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에 비례하도록 요구하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부모의 경제력이나 사교육 환경 등 사회경제적 배경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교육을 통한 사회 이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서울로 집중된 입시경쟁이 완화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과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출산율 반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대학이 다양한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학생들은 서로 다른 배경과 관점을 배울 기회를 갖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간 갈등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이제 우리는 기술발전의 최전선에 서 있으며,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순응적인 인재를 천편일률적으로 선발하는 방식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서로 협력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핵심 과제인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선 더이상 수출산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며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녹색분류체계'를 국제기준에 맞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기준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 세계 평균이 t당 약 30달러, 유럽연합(EU)은 60달러에 달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6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 총재는 "가격이 과도하게 낮으면 기업들은 탄소를 줄이기보다 배출권을 구매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며 "탄소배출권 거래제(K-ETS)를 보다 합리적인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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