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배달음식 가격 10~15% 인상
이중가격 적용 가맹점주 늘어나
“수수료가 음식값 30% 넘어” 호소
프랜차이즈 업체선 제재 어려워
식품업계, 고물가 편승 가격 인상
“기업 과도한 이윤 추구” 비판 나와
대전에서 10년 가까이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를 운영한 이모씨는 최근 배달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올려 받고 있다.
매출은 늘지 않았는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는 오르면서 음식 가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져서다.
이씨는 “지난해 수익이 가장 안 좋아 직원들 최저 시급도 못 벌었다”며 “지금 자영업자들한테 ‘이중가격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이중가격제가 프랜차이즈 음식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먹거리와 식료품 가격이 덩달아 오른 데 이어 배달 음식 가격까지 인상된 셈이어서 소비자들의 외식·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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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
앞서 롯데리아와 버거킹,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한솥도시락 등이 배달 앱 수수료 부담 등을 이유로 이중가격제를 시작했고, 이날부터 이디야커피도 배달 전용 판매가를 운영한다.
맘스터치는 가맹점 1450곳 중 48곳(약 3.3%)이 본사와 협의해 지난달부터 배달 음식 가격을 평균 15% 올렸다.
맘스터치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하지 않을 방침인데 이를 요구하는 가맹점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업주들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배달 수수료 부담이 늘어 이중가격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소연한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매출 규모에 따라 2∼7.8% 차등 부과하는 요금제 상생안을 시행하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매출이 크지 않아도 상위 35%에 포함되거나 배달비가 올라 주문액이 2만5000원 이하면 개편 전보다 손해라는 게 점주들 설명이다.
한 가맹점주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1만5000원짜리 음식을 팔면 지방의 경우 플랫폼·배달 수수료로 30% 넘게 나간다”며 “배달 음식 가격을 10∼15% 올린다고 해도 수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가맹본부의 계약해지까지 감수하고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가맹점주는 “이중가격제를 하고 싶어하는 사장들이 많다”면서 “본사 쪽에서 훼방을 놓으니까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BBQ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이중가격제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가맹점별로 가격이 다르면 이중가격제 도입 매장의 매출이 떨어질 수 있고, 소비자 클레임으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가맹거래법상 본사가 가맹점 판매 가격을 일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탓에 점주들의 요구를 계속해서 무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BBQ 관계자는 이중가격제 도입 대신 “자사앱을 활성화해 패밀리(가맹점주) 중개수수료를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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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비중이 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도 속속 이중가격제 도입 가맹점이 생기면서 외식물가가 오를 여지가 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한솥도시락이 지난해 10월 이중가격제를 시행하고 도시락 물가상승률이 9월 2.5%에서 10월 8.1%로 급등한 바 있다.
지난달 외식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0% 올랐고, 물가상승률보단 1.0%포인트 높았다.
식품업계가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연달아 올리는 상황에 외식물가상승까지 겹쳐 물가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부의 물가 억제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는 업계를 두고 그리드플레이션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그리드플레이션은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한 원가 상승분 이상으로 가격이 오르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시장의 물가상승 흐름을 자세히 살펴볼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그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물가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모든 국무위원은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정한·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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