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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회사에 계약 몰아주고 장비 라벨 갈고…보조금 부정수급 천태만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기획재정부. 2023.10.13[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A업체는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가 아닌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콘테스트 지원 사업의 보조사업자를 모집한 뒤 내부 평가를 통해 B업체를 선정하고 수의계약을 맺었다.
정부 점검 결과 A업체 대표와 B업체 대표는 친인척 관계에 있었고 선정에 대한 적절한 평가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이 5년간 타낸 국고보조금은 39억1000만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 사업을 따낸 C업체는 나라장터를 통해 한 장비를 구매했다.
하지만 구매를 위한 공고는 주말을 포함해 3일에 그쳤고 물품 계약을 체결한 업체와 실제 제작한 업체가 달랐다.
현장 점검 결과 자사가 보유하고 있던 장비에 라벨을 덧붙이는 '라벨 갈이' 방식으로 허위 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부당한 방식으로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한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김윤상 2차관 주재로 '제8차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를 열고 지난해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e나라도움)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사례를 추출·점검한 결과를 발표했다.
SFDS는 보조사업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가족간 거래, 출국·사망자 수급, 세금계산서 취소 등 부정수급 의심 패턴을 만든 뒤 집행을 살펴보는 시스템이다.
추진단은 2023년 7월~2024년 6월 집행된 보조사업 중에서 부정으로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을 추출해 점검했다.
그 결과 630건에서 493억200만원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이번 적발 실적은 전년(493건) 대비 1.3배 가량 늘어났지만 적발액은 전년(699억8500만원)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의 부정수급 적발액(318억9000만원)이 반영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기재부 주도로 사업부처와 재정정보원, 회계법인 등이 함께 협업해 현장을 점검하는 '합동현장점검'을 통해 적발된 부정수급 실적은 249건(453억원)이다.
1년 전(169건·324억원)을 크게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부정 징후 의심사업 추출을 큰 폭으로 500건 가량 늘리고 합동현장점검도 100회 이장 확대한 영향이 크다"며 "지난해 연말에는 상반기 적발률이 크게 낮은 6개 공공기관의 사업 60개를 대상으로 특별현장점검을 실시해 부정수급을 추가로 적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나라도움 현장점검 부정 적발 사례 사진기획재정부
e나라도움 현장점검 부정 적발 사례. [사진=기획재정부]
거래계약과정 부정 392억원 적발…가족간 거래도 38억8000만원
구체적으로 쪼개기 계약이나 유령회사를 통한 허위계약으로 보조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많았다.
아들이나 친오빠 회사에 용역·물품 구매를 물아주거나 라벨 갈이를 통해 허위계약서를 꾸며 보조금을 빼돌린 것이다.
이러한 거래계약과정에서의 부정(392억원)과 가족간 거래(38억8000만원)는 전체 적발금액의 87.4%를 차지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지침'을 개정해 보조사업자가 용역 계약 등을 체결할 때 원칙적으로 일반 경쟁을 하도록 제도를 보완했다.
보조사업 목적에 맞지 않거나 보조금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에서 보조금 카드를 결제하는 집행 오·남용도 231건(23억5000만원) 적발됐다.
산업용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최근 부동산 동향'과 관련된 외부 전문가 자문비를 집행하거나 자체 여비 규정을 급조해 외국 국적의 보조사업자 대표에게 거액의 해외출장비를 지급한 것이다.
 
인건비를 이중으로 지원받거나 세금계산서를 중복 사용한 사례도 76건(18억4000만원) 적발됐다.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RCMS,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Ezbaro 등 연구비관리시스템과 e나라도움의 연계를 내년까지 완료해 부정수급 관리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적발률 낮은 60개 사업 대상 특별점검…부정수급 56건 '덜미'
부처·공공기관이 1차로 점검한 내용을 검토한 적발률이 크게 낮은 60개 사업을 대상으로 특별 현장점검을 시행한 결과 추가 부정수급도 56건(153억원)의 적발됐다.
특별 현장점검팀에는 각 공공기관의 감사실 직원과 기재부 공공정책국 담당자도 함께 참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나 기관에서 온정적인 분위기가 있지 않나 우려를 하고 있다"며 "문제가 발견됐을 때 당장 문제를 해결해야지 이를 덮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집행 과정에서 부적절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내부 규정을 보완하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점검을 통해 적발된 사업들은 해당 부처에서 부정수급심의위원회, 경찰 수사 등을 통해 추가 확인 과정이 이뤄진다.
부정수급으로 최종 확정되면 보조금 환수, 제재부가금 최대 5배 징수, 최대 5년간 사업 수행 배제, 명단공표 등 제재 조치가 이뤄진다.
기재부는 올해 보조금 부정수급 적발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우선 부정징후 추출 건수를 1만건 이상으로 확대하고 합동현장점검를 500건 이상으로 늘린다.
부처, 공공기관, 지자체가 점검한 내용을 검토해 추가 점검을 실시하는 특별 현장점검은 정례화해 연 중 100건 이상 추가로 시행한다.
또 보조금 집행관리·감독 기관인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정수급 단속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은 보조사업을 통한 국가 정책 실현을 방해하고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정부는 한 푼의 보조금도 낭비되지 않도록 부정의 소지를 끝까지 추적하여 적발해 환수하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김성서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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