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기간은 40일이 원칙이었지만 10~14일 이내로 단축한 긴급 공고였다.
하지만 A업체의 공고는 사후 요식행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두 달 전 이미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B업체를 선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A업체 대표는 B업체의 최대 주주와 인척관계였다.
B업체가 협상부적격자(2021년)로 평가됐음에도 수년간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A업체의 부정수급 규모는 39억10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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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김윤상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제8차 관계부처 합동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4 보조금 부정수급 결과’를 발표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는 보조금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해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집행된 보조사업 중 부정으로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을 추출·점검했다.
SFDS는 보조사업자(수급자)의 정보를 수집해 가족간 거래 등 패턴을 만든 후 이에 해당하는 집행 건을 탐지해 위험도가 높은 사업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총 630건, 493억원의 보조금 부정수급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적발 건수는 2023년(493건) 대비 1.3배 증가한 것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치다.
기재부가 각 사업부처와 재정정보원 등과 함께 점검하는 합동현장점검을 통해 적발한 실적 역시 249건(453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였다.
기재부는 특히 상반기 적발률이 현저히 낮은 공공기관의 60개 사업을 대상으로 특별현장점검을 실시해 56건, 153억원의 부정수급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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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기획재정부 차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관계부처 합동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
한 보조사업자 경우 나라장터에 주말을 포함해 3일만 메인 장비 입찰 공고를 낸 뒤 C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공고 기간을 위반한 데다, 조사결과 실제 제품도 D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 제품이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장비에 라벨을 덧붙여 새로 구매한 것처럼 허위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라벨 갈이’ 수법이 동원된 것이다.
이 보조사업자는 업무 추진비로 물품 공급업체 등 이해관계가 있는 사업자들과 회식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으로 부정 수급된 보조금은 2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 밖에 산업용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는 보조금임에도 보조사업과 관련이 없는 ‘최근 부동산 동향’ 관련 외부 전문가 자문비에 집행하거나, 자체 여비 규정을 급조해 외국 국적의 보조사업자 대표에게 1급 공무원의 2배에 달하는 해외출장비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 집행의 오남용 사례도 231건(23억5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올해 보조금 부정수급 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부정징후 추출건수를 1만건 이상으로 확대하는 한편 합동현장점검 건수도 500건 이상 늘리기로 했다.
또 각 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가 일차적으로 점검한 내용을 검토해 추가적으로 점검을 실시하는 특별현장점검도 정례화해 연중 100건 이상 추가로 시행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은 보조사업을 통한 국가 정책 목적 실현을 방해하고,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면서 “한 푼의 보조금도 낭비되지 않도록 부정의 소지를 끝까지 추적해 적발하고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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