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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韓경제, 추경 해야 1.6%성장…재량적 지출 비중도 늘려야”

올해 한국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선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을 활용한다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지원금보단 취약 산업이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재정지원을 직접 투입하는 재량적 지출 비중을 늘리는 게 좋다는 조언이 나온다.


서은종 BNP파리바은행 서울지점 금융시장본부 대표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정책으로써 추경이 20조에서 25조원 이뤄질 것이라 가정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6%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경을 하지 않는다면 1.4%까지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지난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외국계 IB(투자은행) 간담회에 참가했다.
당시 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불확실성이 높아짐에 따라 올해 상반기 통화·금융·재정정책 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더불어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확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짐에 따라 안정적인 해외 자금 유입 확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속돼야 함을 강조했다.


서 대표는 올해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비롯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 등 거시경제 현안에 대한 의견을 본지를 통해 밝혔다.
다음은 서 대표와의 일문일답.


-지난 1월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까지 낮췄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 어떻게 전망하는지. 추경을 하면 어떤 방안이 좋을지도 궁금하다.

▲성장 전망은 1.6%로 보고 있다.
재정 정책 측면에서 20조원~25조원 규모의 추경이 나올 것이란 가정 아래 이렇게 예상한다.
다만 이 정책이 생각보다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1.4%까지 성장률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추경이 이뤄지려면 최대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본다.
분기 성장률이 지난해 12월 굉장히 낮았다.
지난해 1월 수치가 빠지고 이 수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기저효과 때문에 올해 성장률 수치가 힘들게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을 하더라도 재정을 잘 운용해야 하는데 의무적 지출과 재량적 지출을 나눠볼 때 재량적 지출을 늘려야 한다.
이 말은 헬리콥터 머니(현금 살포)나 직접 보조금보다는 일정 산업군 또는 취약 분야에 직접 돈을 꽂아주는 게 좋다는 의미다.
직접 보조금 형태가 너무 커지게 되면 추경이 나올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겠구나’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고 중상위 급여소득자의 경우 직접 소비에 쓰기보단 투자에 눈을 돌리는 식으로 의도한 대로 돈이 쓰이지 않을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시작으로 이른바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상호관세도 시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데 이 같은 행보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지난해 트럼프 관세와 관련해 나온 연구를 보면 관세 영향이 2026년부터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앞서 시장에서 걱정하는 ‘코리아 패싱’ 리스크는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일본이랑 비슷한 국가로 분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를 보면 지난 2년 동안 세계 1등이다.


다만 두 가지 리스크가 있다.
대미 수출 흑자가 2년 동안 매우 증가한 점과 한국의 수출대상국 1위가 미국으로 바뀐 것이다.
대미 수출 흑자가 증가한 것에 대해선 미국의 눈길을 끌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수출대상국이 미국으로 변화한 것은 미국이 만약 관세를 매기면 한국이 가지는 경제적 타격이 더 커졌다는 말이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를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미국기 관세를 강하게 매길 수 있는 확률이 조금은 높은 품목이다.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자동차가 작지 않아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크다.
철강이나 알루미늄은 수출 비중이 옛날보다 많이 떨어져 있다.
반도체의 경우 관세를 매기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D램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거의 100%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만일 반도체 칩에다가 관세를 매기면 공급망 상위에 있는 미국 업체들도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이 시장에 있다.
다만 관세 부과 확률은 낮지만 부과될 경우 한국 입장에선 매우 큰 일이다.


-최근 미국 경제 지표를 보면 성장세가 살짝 주춤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그대로 유지할지 궁금하다.
관세 정책이 무역 장벽을 과하게 만들어 경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 전망에 관해 묻고 싶다.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정책이 블러핑(공갈)이라고 해도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그 블러핑에 당하고 있다.
이 정책을 위험용이나 협상용으로 갈지 잘 모르지만, 지난 1기 행정부 때 평균적으로 관세가 1~3%였다.
그래도 관세를 이번 2기 행정부에서 높아질 거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모든 나라에 20% 관세를 매기기보단 평균 관세율을 10%대로 맞추지 않겠냐는 게 시장에서의 예측인데 합당하다고 본다.


현재 미국 경기에 대해 글로벌 IB들을 포함해 여러 주체가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전망치를 높이고 있다.
며칠 전 미국의 한 콘퍼런스콜에선 경기침체 가능성을 40%까지 보는 관점도 있었다.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먼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디플레이션 영향이 조금 더 뒤에 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바이든 행정부나 트럼프 행정부나 추구하는 바는 똑같다.
미국을 더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가 좋아하는 분야와 바이든이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고 방법이 다르다.
한마디로 바이든은 ‘미국에 들어오면 당근을 주겠다’고 트럼프는 ‘안 들어오면 채찍을 주겠다’이다.


-미국 Fed의 금리 인하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올해 미국은 금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고 나서 2026년 인하 기조를 강하게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1~2회 정도 올해 말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정책과 동시에 통화정책도 활용할 텐데 향후 1년에서 1년 6개월 사이에 1~3회 정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올해 내외금리차가 외화채권시장의 관심 사항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시장의 자본 유출입 데이터를 분석하면 국내 거주자의 해외자산 투자 자금 중 해외 채권 투자가 상당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과거에 비해 해외투자 자금이 내외금리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걸 방증한다.
거주자 해외 주식투자자금과 유사하게 해외채권투자자금도 추세적인 현상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내외금리차에 대해선 모니터링을 잘해야 한다.


다만 내외금리차에 상관없이 수출이 좋아진다면 금리차가 나더라도 한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환율이 안정됐던 역사가 있다.
한국의 주식이나 원화가 싼 상황에서 해당 해외투자자의 한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구조적으로 늘리는 정책을 유도하는 건 괜찮은 생각이다.


-올해 한국 수출 분야 전망은.

▲반도체에 대해선 투자 사이클이 좋다.
HBM 관련해선 SK하이닉스가 잘하고 있기도 하다.
조선업이나 방산에 대해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조선업에선 LNG선, 메모리 중에선 고사양 메모리 DDR5나 HBM의 경우 중국과 격차가 아직 있기 때문이다.
수출기업은 중국과 경쟁해야 할 경우 어려운데, 대표적인 게 석유화학 분야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기술력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게 필요하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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