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와 금이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달러예금 잔액은 한 달 사이 13%가 빠졌지만, 금(金) 통장 잔액은 꾸준히 늘면서 1조원을 코앞에 뒀다.
원·달러 환율은 추가 상승 기대감이 제한적인 반면 금값은 사상 최고점에도 더 오를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일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17일 기준 600억2032만달러로 집계됐다.
전 영업일인 14일에는 594억달러로, 600억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달러예금 잔액은 1월 말 635억달러에서 2월 중순 684억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뚜렷한 감소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이달 들어서는 600억~61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최고·최저 기준으로 한 달 사이 13%가 줄었다.
90억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13조원이 빠져나갔다.
반면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18일 기준 9544억원으로 사상 첫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골드뱅킹은 통장 계좌를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3월 말 566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사이 7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말 7822억원, 올해 1월 말 8353억원, 2월 말 9165억원으로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달러예금은 여전한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잔액이 줄고,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차익실현 움직임이 적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수익과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과 금값 추세에 대한 인식 차이가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이틀간 1460원대를 찍은 것을 제외하면 1440~1450원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달 넘게 안정세가 유지되면서, 상승 여력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국제 금 시세는 1월 말 기준 1트로이온스(약 31.1g)당 2835달러까지 상승했고, 지난 14일에는 3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럼에도 차익실현 보다 오히려 골드뱅킹 잔액이 늘고 있는 것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골드바 판매가 막히면서 골드뱅킹에 수요가 쏠린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영화 신한은행 S&T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 상승폭이 줄어들거나 조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수요 때문에 금값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통장을 유지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금값과 달리 강달러 현상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며 "그간 부진했던 중국이나 유럽경제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 데다 미국 경제는 불안 요소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안전자산 성격을 동시에 띠고 있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며 "어디에 더 무게가 실릴지는 상반기 지표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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