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위기론을 걷어내는 분위기다.
AI(인공지능)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 하락에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 반등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1.56%(900원) 오른 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이 4783억원어치를 내다 팔 동안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783억원, 1338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를 견인했다.
장중 한때 -1%까지 빠졌던 SK하이닉스 역시 뒷심을 발휘하며 1.23%(2500원) 상승한 20만5500원으로 마무리했다.

한국 반도체 '투톱'은 AI(인공지능) 대장주 엔비디아의 주가가 늪에 빠진 와중에도 매수세를 끌어들였다.
앞서 엔비디아는 18일(현지시간) AI 콘퍼런스 실망감에 주가가 3.4% 떨어졌지만,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 공급 소식을 알리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각오' 속에 주주총회를 치른 삼성전자 역시 HBM3E(5세대)에선 뒤처졌지만 HBM4(6세대)에선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공급 과잉을 이유로 낸드플래시 생산을 줄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샌디스크가 내달 1일 낸드 가격을 10% 이상 인상키로 결정하면서 실적 개선에도 이목이 쏠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지속이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의 저점 통과 및 하반기 개선 기대감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며 "올해 메모리(D램·낸드플래시) 중심의 반도체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지핀 모건스탠리 역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7만원, 2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가 주도주 지위를 탈환할 경우 국내 증시 반등에도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의 조정은 일단 접어둔 채로 유럽의 방위지출 확대에 따른 방산주 랠리에 이어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종에 대한 신뢰가 점차 높아지는 모습"이라며 "반도체가 강하면 지수는 상승한다"고 강조했다.
변수로 지목되는 공매도 재개에도 내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31일 공매도 재개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에 대한 영향은 중립을 예상한다"며 "업종 수급 쏠림이 지난해와 같이 크지 않고 가격(밸류에이션) 부담 역시 큰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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