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조선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LNG선,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 다양한 선종에서 중국 조선소의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중이다.
한국은 여전히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와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의 신조선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신조선 수주량은 4143척, 총 1억3843만총톤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하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중국은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수출입은행도 ‘한국 조선업의 대형선 수주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조선업 수주 점유율은 2023년 20.6%에서 2024년 11월까지 18.1%로 감소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60%에서 70%로 점유율이 상승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형 탱커와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과거 한국이 우위를 점하던 수에즈막스(Suezmax)급 유조선 시장에서 2024년 중국은 52%의 점유율로 한국(41%)을 앞질렀다.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시장에서도 한국의 점유율은 2023년 0%에서 2024년 22%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중국에 뒤처진 상황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중국제조2025’를 앞세운 중국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다.
중국은 대규모 조선소를 운영하며, 상업용 선박뿐만 아니라 군함까지 생산하는 등 생산 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하이 인근의 장난(Jiangnan) 조선소와 후둥-중화(Hudong-Zhonghua) 조선소는 상업용 선박과 군함을 동시에 생산하며 중국 해군의 현대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또 다른 강점은 친환경 선박과 스마트 조선소 기술 발전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LNG 추진선,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 시장에서도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는 2023년 기준 중국 조선소들은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 수주의 50% 이상을 차지했으며, 한국이 강점을 보이던 LNG 추진선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을 비롯한 주요 조선사들은 AI 기반 생산관리 시스템, 자동 용접 로봇,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하여 조선소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 조선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한국 조선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1위를 유지했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구조적인 문제들이 겹치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무리한 저가 수주 전략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한국 조선사들은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를 확보하기 위해 원가를 고려하지 않은 저가 수주를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2010년대 초반 해양플랜트 사업에 집중 투자했다가 유가 하락으로 프로젝트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력난과 생산성 저하도 문제로 지적됐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조선업은 장기적인 기술 축적이 중요한 산업이지만, 2015년 이후 구조조정과 실적 악화로 인해 숙련된 인력들이 대거 이탈했다"라며 "반면, 중국은 대규모 기술 교육 및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공을 적극 확보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LNG선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이 수주한 LNG선의 평균 가격은 중국 대비 약 20~30%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우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중국이 LNG선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있고, 글로벌 선주사들과 협력을 확대하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 지원, 기술 혁신, 친환경 선박 개발,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조선 시장을 장악할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조선업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LNG선 등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의 기술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스마트 조선소와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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