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EU에게 자동차 못 팔지만
EU는 미국에 수백만대 차량 팔아”
‘관세전쟁’ 인한 경기침체 우려엔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갖게 될 것”
한국 수출기업 2분기 체감경기 급랭
美 수출 의존도 높은 車 대폭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경제 부국이자 군사 강국인 미국이 타국으로부터 “강간”당하고 “약탈”당했다는 표현을 써가며 ‘상호관세’ 부과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상호관세를 매기겠다고 예고한 날짜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요 대상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수출 체감경기도 급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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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친정부 성향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우리는 세계 모든 나라, 친구와 적국으로부터 갈취당했다”며 “나는 4월2일을 ‘미국 해방일’로 부르겠다”고 주장했다.
4월2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일로 예고한 날이다.
상호관세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의 대미 관세율 및 비관세 장벽을 두루 감안해 책정하겠다고 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부채를 다 갚아야 한다”며 “우리는 수년간 (관세 수입 등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우리나라가 ‘강간’과 ‘약탈’을 당하도록 허용했다”며 “많은 부분이 우방국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보라. 우리는 그들에게 차를 못 팔지만, 그들은 수백만 대의 차를 우리에게 판다”며 “그들은 우리의 농산물을 사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의 농산물을 산다”고 말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보라”며 “내가 나토에 관여하기 전까지 우리는 모든 비용을 냈다”고 주장했다.
‘관세전쟁’에 따른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세계에서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를 갖게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나는 오직 미국을 대변한다”며 “나는 애국주의자이며, 그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라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 표적’이 된 중국과 인도도 직접 거명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월에 정상회담을 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나는 정상회담을 꺼리지 않는다”고 한 뒤 “그러나 무언가 일이 일어날 텐데, 그것은 4월2일의 관세”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인터넷매체 브라이트바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인도의 고율 관세를 지적했다.
그는 “나는 인도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인도와의 단 하나의 문제는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 중 하나라는 점”이라며 “나는 그들이 아마도 그 관세를 상당히 낮출 것이라고 믿지만, 우리는 4월2일에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는 것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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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한국 수출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얼어붙고 있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0일 내놓은 ‘2025년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84.1로 집계됐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들의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로, 100보다 크면 수출경기가 전 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고 100보다 작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지난 1분기도 96.1로 집계됐다.
2분기 연속 100을 밑돈 데다 1분기보다 더 크게 하락한 것이다.
EBSI는 지난해 2분기엔 116.0으로 올라선 뒤 3분기 108.4, 4분기 103.4로 100을 웃돈 바 있다.
2분기 전망을 품목별로 보면, 주요 15대 수출 품목 중 11개 품목이 1분기 대비 낮은 수치로 나왔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자동차부품은 59.4로, 전 분기보다 수치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멕시코에 대한 미국의 관세 조치와 함께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에 부과된 25% 관세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직접적으로 관세를 부과받은 철강은 88.8을 기록했다.
철강 수출량 쿼터 폐지가 관세 부과 피해를 일부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2분기에 수입규제·통상마찰(45.4), 수출대상국 경기(77.3), 수출상품 제조원가(79.4) 등이 1분기보다 크게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주요 수출 애로요인으로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재료가격 상승(19.2%), 환율 변동성 확대(14.2%), 수출대상국의 경기 부진(13.7%), 수출대상국의 수입 규제(10.8%)를 꼽았다.
다만 반도체는 112.7을 기록해 1분기(64.4)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1분기 기저 효과와 함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인한 고부가 반도체 수요 확대, 범용 반도체 가격 반등 기대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선박(140.6)도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출 확대로 전 분기에 이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김예진·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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