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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글로벌 금리 동결 도미노에 셈법 복잡…이창용 내달 숨고를까


연준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2회 연속 금리 동결
한은 내달 금리 동결 관측 우세
이창용 "2월 포함 연내 2~3회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올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내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한은 역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섣부른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커지면 원·달러 환율이 더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월에 이어 2회 연속 금리 동결을 택했다. 한국(2.75%)과 미국 간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성명을 통해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적절한 금리 경로에 대한 평가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영향이 명확해질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중국도 20일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동결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일반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1년물 대출우대금리를 3.1%로,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를 3.6%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1년물·5년물 대출우대금리를 인하한 이후 5개월 연속 동결이다.

일본과 영국 역시 줄줄이 기준금리 동결에 나섰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도 19일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일본은행은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계획이지만 이번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영국 중앙은행(BOE)도 20일 기준금리를 연 4.5%로 동결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한은 역시 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달 한 차례 인하(0.25%포인트)를 결정해 현재 기준금리는 연 2.75%다. 당시 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연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미국 FOMC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통화정책은 이런 효과를 지켜보며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외 리스크에 국내 정치·경제 상황과 맞물리면서 국내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시장 영향 점검 회의를 통해 "미국 성장 전망이 하향하고 물가 전망은 상향하는 등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경기민감·수출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7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 등 글로벌 통상 여건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크게 떨어진 이날 수정치에는 계엄·탄핵 사태 이후 빚어진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AP.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 하고 있다. /AP.뉴시스

그러나 한은이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금리차가 벌어져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 21일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인상 임박에 따른 불안감과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로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전날 야간 거래에서 1470.5원까지 뛰기도 했다.

가계부채 역시 여전한 걸림돌이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늘며 지난해 11월(5조원)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달성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전월 대비 5조원가량 급증했다.

최근 정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 영향도 우려된다. 한은이 지난 18일 공개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대부분이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가 '집값과 가계부채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용성 한은 금통위원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안정 목표 측면에서 최근 강남3구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강남3구, 용산구가 토허제 구역으로 확장된데 대해)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가 빨리 늘어나는 것을 막는다면 통화정책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 당시 추가 인하 시점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시장의 2월을 포함해 연내 2~3회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한은이 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상반기 내 한 번 더 할지 등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한은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내달 17일부터 올 연말까지 6회 남겨둔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재개 시점이 빠르면 올 5월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까지 2회에 걸쳐 2.25%로 내려갈 것이란 설명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문제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이미 인하를 단행한 만큼 올해 추가 인하는 어려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도 "최근에 한은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했으며, 아직 가계대출 및 환율 등의 금융 불안정성이 있음을 고려해 단계적인 접근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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