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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BMW 코리아 30년 비결은 '소통'…전동화 물결은 '시험대'


1995년 국내 법인 출범…3·5시리즈로 수입차 대중화
2018년 차량 화재 위기 후 신뢰 흔들
전동화 전환, 소비자 맞춤 전략이 핵심


24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7월 독일 BMW 그룹이 100% 직접 투자해 설립한 BMW 코리아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국내 최초의 현지 법인이다. /더팩트 DB
24일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7월 독일 BMW 그룹이 100% 직접 투자해 설립한 BMW 코리아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국내 최초의 현지 법인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BMW코리아가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7월 독일 BMW 그룹이 100% 직접 투자해 설립한 BMW 코리아는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국내 최초의 현지 법인으로, 한국 자동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수입차 대중화를 견인해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BMW는 진출 초기부터 '독일 기술력'과 '운전의 즐거움(Joy of Driving)'이라는 철학을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수입차는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BMW는 브랜드 가치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갔다. 특히 3시리즈와 5시리즈는 비교적 경쟁력 있는 가격과 우수한 주행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며 BMW를 대표하는 모델로 성장했다.

2000년대 들어 BMW코리아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 체험 강화에 집중했다. 2001년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 부지를 확보한 데 이어, 2014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BMW 드라이빙 센터를 개장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나 테스트 트랙을 넘어 가족 단위 방문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며, BMW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브랜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30년의 역사에 순탄치만은 않았던 순간도 있었다. 2018년 BMW는 국내에서 잇따른 차량 화재 사고로 신뢰 위기를 겪었다.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의 결함이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국토교통부는 대규모 리콜을 명령했다. BMW는 "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가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일부 조건에서만 사고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으며 책임 회피 논란에 직면했다.

당시 BMW는 국토부의 명령 이전에 리콜을 발표했지만,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이후 BMW는 전면 리콜과 함께 사후 서비스 강화, 고객과의 소통 확대 등 후속 조치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섰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지 회복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BMW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총 2125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완료했다. /BMW코리아
BMW코리아가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에 총 2125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 완료했다. /BMW코리아

브랜드 외연을 넓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BMW코리아는 2011년 'BMW코리아 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청소년 교육, 교통안전 캠페인, 문화예술 후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CSR) 활동을 해왔다. '주니어 캠퍼스', '영 드라이버 캠프', '모빌리티 인사이트 캠프' 등은 미래 세대를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재단은 2024년까지 약 21만 명의 아동들에게 교육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BMW코리아 미래재단은 '대한민국 교육기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BMW의 CSR 활동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초점을 맞춘 '홍보성 캠페인'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기부금 규모가 기업 매출에 비해 크지 않다는 점, CSR의 정량적 성과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공개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투명성에 아쉬움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BMW 코리아는 전동화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i4, iX, i7 등 전기차 라인업을 국내에 잇따라 선보이며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투자도 병행 중이다.

BMW코리아의 30년을 두고 전문가들은 비교적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과 위기관리 노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동화 전환과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의 전략 재정비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BMW는 수입차 브랜드 중 국내 고객과의 접점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넓혀온 편"이라며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 같은 체험형 공간은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2018년 차량 화재 사태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계 결함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있다"면서도 "다만 당시 BMW가 24시간 서비스센터 운영 등 대응에 나선 점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동화 전환 전략에 대해 이 교수는 "BMW는 주행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보여왔지만, 이제는 브랜드 철학만 강조하기보다 소비자 요구에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BMW는 오랜 기간 수입차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왔지만, 전동화 시장에서는 중국 고급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커, 샤오펑, 샤오미 등 다양한 중국 업체들과의 직접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과거 BMW가 고가 정책을 유지하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가격경쟁력이 강한 중국 브랜드의 진출이 본격화되면 기존 전략은 한계를 맞을 수 있다"며 "국내 소비자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면서 시장 판도도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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