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P연합뉴스]
미·중 관세전쟁 속에서도 중국을 찾은 미국 기업인을 향한 중국 지도부의 ‘구애’가 두드러졌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CDF)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미국 기업인들과 별도의 만남도 가졌다.
일각에서는 미·중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美기업인만 만난 中총리 "경제협력이 관계 기초"
리창 총리는 CDF가 개막한 23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스티브 데인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및 미국의 주요 기업인들과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브라이언 사이크스 카길 CEO, 라즈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브렌던 넬슨 보잉 글로벌 수석부사장 등 7명의 주요 기업 임원 등이 동석했다고 미국 CNBC는 보도했다.
중국 공산당 인민일보는 리 총리가 이 자리에서 “경제 및 무역 협력이 중·미 관계의 중요한 기초”라며 “중·미 관계가 어려움에 직면할수록 양국 간 경제 무역 협력의 큰 틀을 잘 지키고 발전시켜 양국 관계에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주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리 총리는 “무역 전쟁에 승자는 없다”며 “어떤 나라도 관세 부과로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없으며, 오직 개방과 협력에만 의존할 수 있다”고 했다.
참석한 미국 기업인들도 “중국에 계속 투자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상호 이익을 실현하고, 양국 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리 총리가 올해 CDF 기간 글로벌 기업 총수와 직접 만나 회동한 것은 이 자리가 유일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기도 한 데인스 의원이 물밑에서 중국 정부와 접촉해 마련한 자리로 볼 수 있다.
CDF 참석차 방중한 데인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이후 처음 중국 고위 관료들과 공개 회동한 미국 정치인이다.
그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이번에도 미·중 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량급 인사라는 평가다.
데인스 의원도 앞서 미국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중국 방문은 미·중 정상 회담을 주선하고 준비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설명한 바 있다
데인스 의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면담이 성사된다면,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애플·퀄컴 등···CDF 참석 다국적 기업 절반이 美기업
'중국 경제 실세'로 꼽히는 허리펑 경제 담당 부총리도 23일 미국 기업인들을 만나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이날 허 부총리가 만난 글로벌 기업은 애플(IT), 화이자(제약), 메드트로닉(헬스케어), 마스터카드(금융), 릴리(제약), 카길(곡물) 등 대부분이 미국계 기업이었다.
허 부총리는 기업인들과 글로벌 및 중국 경제 상황, 중미 경제무역 협력, 대중 투자 확대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중국은 고품질 발전을 확고히 추진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며,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기업인들도 "중국 시장을 중시하고 중국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중국과의 장기적인 협력에 전념할 의향이 있다"고 화답했다.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은 2000년 출범한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외교 플랫폼으로 해마다 양회가 끝난 뒤 열린다.
특히 올해는 중·미 전략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 기업인들이 많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베이징 유력 일간지 신경보에 따르면 CDF에 참석한 미국 기업인은 전체 글로벌 기업인의 약 45%를 차지했다.
한편, 중국 고위급 발전포럼에 이어 25일부터 나흘간 하이난성에서 ‘중국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포럼도 열린다.
중국이 주최하는 보아오포럼에는 통상 당서열 1인자인 국가주석 혹은 2인자인 총리가 개막식에 참석했으나, 지난해에는 서열 3인자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격) 상무위원장이 참석하며 ‘격’이 낮아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경제=베이징=배인선 특파원 baeinsun@ajunews.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아주경제(www.ajunews.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