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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중국車 바람…'럭셔리' 지커, 한국서 통할까


지리자동차 산하 '프리미엄 브랜드'
지난해 중국 내수 시장서 87% 성장
"산업 패러다임 변화…국내 업계 대비해야"


25일 대법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커는 최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지커코리아)라는 상호로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지커 중형 SUV 7X. /지커홈페이지 갈무리
25일 대법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커는 최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지커코리아)라는 상호로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지커 중형 SUV 7X. /지커홈페이지 갈무리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중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앞서 론칭한 BYD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전기차의 경쟁력이 한국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법원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지커는 최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지커코리아)라는 상호로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대표이사는 차오위 지커 동아시아 총괄이 맡았으며, 김남호 전 폴스타 프리세일즈 총괄이 유일한 한국인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지커를 산하 브랜드로 둔 지리자동차그룹은 지난 17일 지커 로고에 대해 국내 상표 등록을 마쳤으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 상표도 출원했다.

지커는 중국 지리자동차가 2021년 출범한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럭셔리 감성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고급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내수 시장에서 22만2123대를 판매하며 전년(11만 8585대) 대비 8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 약 6400억원을 조달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커코리아는 판매 법인 설립을 넘어 배터리 및 핵심 부품과 관련한 생산 거점 구축 가능성도 열어뒀다. 등기부상 사업 목적에 '배터리 및 관련 시스템·소재의 개발, 제조, 판매'가 명시돼 한국의 배터리 산업 생태계 및 기술력과의 시너지를 고려한 행보로 해석된다.

중국 전기차 전문매체 시엔이브이포스트(CnEVPost)에 따르면 지커는 현재 40개국 이상에 진출했다. 유럽을 비롯해 스웨덴, 멕시코, 싱가포르 등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모델 '7X'를 출시했으며, 다음 달 상하이 오토쇼에서는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SUV '9X'를 공개할 예정이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내 새차 구입 의향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BYD의 '아토3'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14%에 그쳐 국산 전기차인 기아 EV3(53%)와 현대 코나EV(33%)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커 중형 SUV 7X 내장. /지커홈페이지 갈무리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내 새차 구입 의향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BYD의 '아토3'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14%에 그쳐 국산 전기차인 기아 EV3(53%)와 현대 코나EV(33%)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커 중형 SUV 7X 내장. /지커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업계에서는 지커의 등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커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나 현대차 아이오닉 등과의 직접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년 내 새차 구입 의향자' 5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BYD의 '아토3'를 구매하겠다는 응답은 14%에 그쳐 국산 전기차인 기아 EV3(53%)와 현대 코나EV(33%)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BYD는 지난 1월 아토3를 국내 승용 시장에 처음 선보였지만, 환경부의 전기차 보조금 산정과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 등재가 지연돼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 아토3는 3000만원 초반대의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사전계약 1주일만에 1000대를 돌파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케이카가 오픈서베이를 통해 전국 30~4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11.6%에 불과했다. 이 중에서도 과반 이상인 63.8%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꼽았으며, 친환경 기술(29.3%), 글로벌 성장성(25.9%), 최신 기술 도입(13.8%) 등이 뒤를 이었다. 기술력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무게가 실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완성차 업계가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한국 진출을 단순히 '저렴한 차'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과거 '저가, 저품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구축해 나가고 있다"며 "디지털화, 스마트카 기술, 소프트웨어 역량 면에서는 이미 우리를 앞지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MZ(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브랜드 충성도가 낮아지고 있고, 소비자들은 기술·가성비를 기준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데 열려 있다"며 "지커와 같은 브랜드가 입소문을 타고 성능·기능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면 수요는 충분히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연간 6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고, 올해는 한국 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며 "기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는 시점에서 한국 완성차 업계도 긴장감을 가지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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