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서 시작 ‘샐러리맨 신화’
TV 19년 연속 세계 1위 이끌어
전영현 DS부문장과 ‘투톱 체제’
갑작스런 비보로 후임 논의 못해
中출장 이재용 조문 못하고 애도
‘사즉생’ 임무 수행할 품질혁신위
반년도 채 안 돼 컨트롤타워 잃어
삼성전자 ‘투톱’ 중 한 명인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25일 별세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삼성전자의 경영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 부회장은 휴식 중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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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별세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마지막 공개 석상이었던 지난 19일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주총에서 “최근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삼성전자 제공 |
1962년생인 한 부회장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TV 개발 전문가로 삼성전자 TV 사업의 19년 연속 세계 1위 기록을 이끌었다.
‘37년 삼성맨’으로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이기도 하다.
한 부회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삼성전자 영상사업부 개발팀에 입사했다.
이후 LCD TV 랩장, 개발그룹장, 상품개발팀장, 개발실장 등을 거쳐 2017년부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맡는 등 30여년간 TV 개발 부서에서 일했다.
삼성전자의 브라운관 TV부터 QLED TV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TV 라인업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거나 주도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한 부회장에 대한 신임은 두터웠다.
2021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켜 세트(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을 맡겼고, TV부터 생활가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이끌도록 했다.
2022년 3월 한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맡긴 이후 DX와 함께 삼성전자의 두 축인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장은 경계현 전 사장에서 전영현 부회장으로 교체됐으나, 한 부회장은 그대로 자리를 유지해 왔다.
이날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유고로 전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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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해 있다. 공동취재 |
이 회장은 2년 만에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발전포럼(CDF)에 참석한 뒤 크리스티아누 아몽 퀄컴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베이징에 있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방문해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광둥성 선전에 있는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본사를 찾는 등 숨 가쁜 글로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에 한 부회장의 빈자리는 특히 크게 다가올 전망이다.
한 부회장은 DX부문장에 이어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DA사업부장, 지난해 말 인사에서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1인 3역’을 맡았다.
무엇보다 품질혁신위원회는 이 회장이 최근 삼성전자 임원들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를 당부한 영상메시지에서 지적한 DX 부문의 제품 품질을 개선할 부서였는데, 반년도 채 되지 않아 공석이 됐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이 너무 갑작스럽게 별세해 바로 그의 후임 임명 등을 논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구성원과 업계 동료들은 황망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부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 글에 ‘JH(영문 약자) 노트’라는 댓글을 다는 등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리더로 꼽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내 게시판에 “지난 37년간 회사에 헌신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추모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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