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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MG손보 노조가 고용승계보다 더 앞세워야 할 가치


"그냥 큰 곳에 넣을 걸, 친구가 하도 자기 회사 보험 좀 들어달라길래 도와줬더니 불효자가 됐습니다.
"


최근 기자 메일로 MG손해보험 가입자 수십 명이 제보를 보내왔다.
이들은 MG손보 매각 장기화로 청·파산 가능성이 커지자 보험계약이 날아가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한 가입자는 수십년 전 지인 부탁에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건강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보험이 강제 해지되면 유병자인 아버지의 보험 재가입이 어려워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정부에 꼭 목소리를 전해달라고 호소했다.


MG손보 보험가입자는 124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어려운 살림에도 20년간 보험료를 꼬박 납부해온 건 질병·상해로 가족에 불행이 닥쳤을 때 MG손보가 약속한 보장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매각 과정에서 MG손보 경영진과 노동조합이 보인 행태에서 보험사 존립 근거인 신뢰는 찾기 힘들었다.
대신 가입자를 볼모로 자신들의 고용승계를 보장받으려는 집단 이기주의는 선명했다.


MG손보는 2020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누적된 적자가 자본을 갉아먹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184억원)에 빠졌다.
회사를 이끌어가는 경영진과 노조로 대변되는 직원들은 회사 경영상태에 대해 무한책임이 있다.
경영을 잘해 회사가 탄탄하면 인수 과정에서 100% 고용승계를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부실금융기관에 지정될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면 그럴 명분이 약하다.
그럼에도 MG손보 노조는 '전 직원의 고용승계'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결국 메리츠화재는 3개월 만에 MG손보 인수를 포기했다.


MG손보 노조는 그동안 '메리츠화재에 인수될 바엔 차라리 파산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자신들의 고용승계가 보장되지 않으면 124만명의 보험계약이 강제 해지돼도 상관없다는 뜻과 다름없다.
지난 17일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금융당국에 정상매각을 촉구하며 전체 구성원의 노동권 보장과 더불어 124만명의 고객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고용승계=가입자보호'로 교묘하게 등치시키는 전략이다.
이런 태도라면 추후 기업이 정상화되더라도 MG손보를 믿고 보험에 가입할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MG손보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이제 MG손보 노조는 자신들의 고용승계를 대거 포기하더라도 가입자와 약속한 계약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단순 보험계약자뿐 아니라 보험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만약 MG손보가 청·파산돼 보험계약이 모두 해지되면 앞으로 보험에 가입할 때 대형보험사 위주의 상품만 찾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중소보험사는 도태되고 보험시장의 다양성은 소멸한다.
MG손보 노조와 경영진은 진정 회사를 살리는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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