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관세맨'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가장 악영향이 우려되는 국내 산업으로 이차전지가 손꼽혔다.
당장 수입차 관세 우려가 불거진 자동차는 물론, 반도체, 철강 역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기계·방산의 경우 긍정적 요인도 혼재해있다는 분석에 따라 기존 '비우호적'에서 '중립적'으로 평가가 개선됐다.

한국기업평가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트럼프 2.0-매크로 및 주요 산업별 영향과 전망'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기평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기조가 심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 후퇴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관세 리스크가 높은 국내 9개 산업별 사업환경 전망을 비우호적, 중립적, 우호적 등 3가지로 분류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비우호적 전망은 4개, 우호적 전망은 1개 업종이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11월 각각 5개, 2개였던 점을 고려할 때 모두 줄어든 것이다.
당시와 비교해 기계·방산은 ‘비우호적→중립적’으로 개선됐고, 정유는 ‘우호적→중립적’으로 하향됐다.
중립적 전망(3개)은 트럼프 2기 정책에 따른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돼있음을 가리킨다.
가장 비우호적이라고 진단을 받은 국내 업종은 단연 이차전지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부터 친환경정책이 후퇴하며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다.
한기평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구매보조금,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조항의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이차전지 수요 부진, 이차전지업계의 수익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욱이 국내 이차전지업계는 재무안정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는 상태다.
단기 재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차전지 외에도 비우호적 전망에는 자동차, 반도체, 철강이 포함됐다.
간밤 미국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예고로 우려가 커진 자동차의 경우, 전방위적 관세 부과로 향후 부정적 영업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기평은 "현대차그룹 미국 판매량의 60% 이상이 수출물량으로 구성됐다.
30만대 규모의 메타플랜트(HMGMA) 가동 후에도 약 40%에 달하는 물량이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다"며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별로 관세 여파가 상이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이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는 글로벌 판매량 및 미국시장 의존도, 미국수입물량 비중, 미국 잉여 생산능력(Capa), 수입물량의 지역별 구성, 환율을 꼽았다.
이와 함께 반도체는 중국 사업전략, 대미 투자계획 등 불확실성 확대, 철강은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수급환경 악화로 트럼프 2.0 체제에서 나란히 비우호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홀로 우호적 전망에 이름을 올린 조선의 경우,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 개선과 미국과의 파트너십 가능성 등에 따라 기회 요인이 우세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밖에 당초 비우호적 전망이 예상됐던 기계·방산은 관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전력, 기계, 방위 수요 기반이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중립적 전망으로 재분류됐다.
우호적 전망에서 중립적 전망으로 후퇴한 정유의 경우 친환경정책 후퇴로 인한 투자부담 경감, 유가하락에 따른 수요 개선 효과가 인정됐으나, 저유가로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에 새로 감안됐다.
한편 한기평은 이날 세미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 간 큰폭의 금리 역전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또한 세계적인 강달러 추세가 완화하더라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달러·원 환율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러한 원화 약세는 한국산 제품 수출 경쟁력 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 부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기평은 덧붙였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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