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작은 '버티컬 커머스' 수익성에 한계
일부 버티컬 플랫폼 작년부터 줄폐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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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가운데 다른 버티컬 플랫폼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발란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한때 유망한 사업 모델로 평가받았던 버티컬 커머스(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쇼핑 앱) 시장이 위기에 직면했다. 명품, 식품, 반려동물 등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강점이었으나 한정된 시장 규모와 적자 구조로 인해 점점 생존이 어려워지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발란'이 최근 입점업체에 정산금을 지급하지 못한데 이어 기업회생 신청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업계 불안을 키우고 있다.
발란은 코로나19 기간에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주목받은 플랫폼이다.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기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거래액을 급격히 늘리면서 지난 2023년 기준 약 32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엔데믹과 함께 소비 트렌드가 바뀌면서 발란의 수익성은 급격히 나빠졌다. 온라인을 통해 저렴하게 명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꺾여 타격을 준 것이다. 2015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한 발란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가 -77억3000만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업계는 발란을 시작으로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들이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사업 범위가 하나의 카테고리에 한정된 탓에 성장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호황기에는 한 분야에 특화된 플랫폼에도 고객이 몰렸지만 지금같은 불황에 시장이 작다는 점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플랫폼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문을 닫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과 9월에는 가전·가구 편집숍 알렛츠와 디자인 상품 전문 쇼핑몰 1300K(천삼백케이)가, 6월에는 문구·생활용품 온라인 쇼핑몰 바보사랑이 사업을 종료했다. 인테리어 자재 특화를 내세운 문고리닷컴도 지난해 6월 파산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플랫폼인 집꾸미기가 오는 31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다른 플랫폼들도 사정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반려동물 특화 플랫폼인 펫프렌즈는 지난 2023년 말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해 어바웃펫, 핏펫도 각각 176억원, 168억원의 적자를 냈다. 초신선 축산물을 판매하는 정육각은 지난 2023년 22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버티컬 커머스 시장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쿠팡과 같은 종합 플랫폼은 물론이고 무신사, 컬리 등 한때 버티컬 사업에 집중했던 플랫폼들까지 카테고리를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기 때문이다.
패션 전문몰로 시작한 무신사는 현재 의류, 액세서리, 뷰티 등으로 상품군을 넓혔고 컬리 역시 신선식품 중심의 커머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뷰티, 생활용품, 명품, 패션 등 상품을 추가하고 있다. 특정 카테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이 이커머스의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호황기가 끝난데다 고물가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시장이 한정적인 버티컬 커머스는 버티기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