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이나 반칙이 판을 친다.
그러나 외환위기부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자신만의 투자 세계를 개척해 개인 투자자들의 모범으로 떠오른 투자가도 많다.
이들과의 만남에서 자본시장의 전쟁 같은 스토리와 그들의 철학, 실패와 성공담으로 돈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가치투자와 행동주의, 글로벌 '큰 손'으로 거듭난 국내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부터 사모펀드와 자산운용사를 이끄는 리더, 금융사 최고경영자 등 다양한 분야 고수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곽윤구 삼일PwC 딜 부문 파트너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인수합병(M&A) 시장 트렌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진출이 여전히 활발한 가운데 최근에는 트럼프발(發) 관세 우려로 미국 내 거점을 두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며 “자문사로서 적절한 현지 기업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파트너는 23년 경력의 M&A 자문 베테랑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성물산 금융팀, 투자컨설팅 업체 아서 앤더슨 GCF를 거친 그는 삼일PwC에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이 업무에 뛰어들었다.
당시 공채 출신 회계사만 고집하던 삼일PwC에서는 보기 드문 외부·비회계사 출신이었다.

최근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딜 증가세는 삼일PwC 내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순혈주의’를 버리고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의 크로스보더 전문가들을 파트너로 잇달아 영입하고 있다.
곽 파트너는 “크로스보더 딜에서 가장 중요한 건 ‘현지화’다.
그 나라 언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고 현지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과거 기업들이 크로스보더 딜 자문사로 글로벌 IB를 선호하곤 했는데,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도 외부 출신을 적극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범위도 인수·매각 자문을 넘어 확장하고 있다.
인수합병 후 기업 문화·업무 프로세스 차이에서 비롯되는 애로 사항을 줄이기 위해서 리쿠르팅 역할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곽 파트너는 “기업들은 해외기업 인수 시 PMI(M&A 후 통합)에서 가장 애를 먹는다”며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 회계사 자격, 경영진 경력 등을 고루 갖춘 후보자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곽 파트너는 업계에 몸담으며 대기업·PEF M&A를 주력으로 했다.
출발점은 2016년 한진해운의 에이치라인해운(H-Line) 매각 건이었다.
대기업의 전용선 사업부를 PEF(한앤컴퍼니)에 매각하는 국내 최초 사례로 관심을 모았던 딜이다.
곽 파트너를 비롯한 자문단은 7개월에 걸쳐 대주단, 화주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찾아가 승인을 받아내 한진해운의 사업 구조조정 및 한앤컴퍼니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서로 다른 거래 당사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조율해 윈윈하는 거래를 만드는 것이 성공적인 M&A 자문의 키(key)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이 경험은 이후 수많은 대규모 딜 성사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곽 파트너는 2020년 1조1360억원 규모의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당시 연구개발(R&D) 단계에 있는 기술 기업으로, 이익 창출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태라 기업가치 산정이 까다로웠다.
20~30명이 달라붙어 유사사례를 조사해 다양한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다.
곽 파트너는 “이 사례는 이후 개발단계에 있는 하이테크 기업 밸류에이션의 기준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곽 파트너는 2020년 현대중공업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두산솔루스 매각, 2023년 쌍용레미콘 매각, 2024년 전주페이퍼 매각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향후 M&A·투자 대상으로 주목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은 핵심 기술의 빠른 획득을 위해 국내외 로보틱스, 인공지능(AI)과 같은 미래 기술 기업들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건설, 건자재 등 내수 위주 업종보다는 수출 비중이 높거나 잠재력이 높은 업종, 국내 기업들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업종이 주목받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자동차(모빌리티), K뷰티·컬쳐·푸드 등을 꼽았다.
지난해 7월부터 삼일PwC 딜 부문 내 신설된 대기업·PEF M&A 전담 그룹을 이끌고 있는 곽 파트너는 “팀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더 많은 후배가 파트너가 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고객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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