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31일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대표에게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자체 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가져오는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진짜 이유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포럼은 이날 서한에서 "기존에 잡혔던 설비 확장, 인수합병(M&A) 계획을 감안해도 유상증자 3조6000억원 용도인 1조2000억원 시설자금, 2조4000억원 타법인증권취득자금은 자체 현금흐름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보인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포럼은 회사가 발표한 실적 추정치, 증권사 전망 등에 근거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5~2027년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8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감가상각 등을 감안해도 향후 3년간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증자를 두고 회사측에서 높은 부채비율, 부채인 선수금 등을 이유로 밝히는 것에 대해서도 "2024년 말 기준 281% 부채비율은 금융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지표가 아니다.
차입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차입금 및 (현금 반영한) 순차입금 기준 차입금비율 및 순차입금비율은 각각 98% 및 72%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고 꼬집었다.
포럼은 "채권전문가들은 업황이 좋고 재무구조가 건전한 한화에어로가 조 단위 회사채 발행하면 ‘핫딜’로 매수가 넘칠 것이라 얘기한다"며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 목표면 AA- 신용등급 바탕으로 저금리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을 고려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시장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기초자료로 제공되었을 3~5년 재무제표 추정치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일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3조60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금조달 계획이 지나치게 장기에 걸쳐져 있고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논란이 잇따랐다.
이에 금융감독원까지 제동을 건 상태다.
특히 포럼은 이번 서한에서 금감원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상증자 직전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쓴 1조3000억원에 대한 논란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해당 지분 매입이 한화그룹 승계를 위한 일종의 정리 작업이었으며, 이로 인해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이번 유상증자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포럼은 "김동관 부회장이 50% 소유한 한화에너지와 이의 자회사인 한화임팩트가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던 2월10일 이사회 의안과 3월20일 유상증자 의안을 한화에어로 이사회에서 같은 날 논의하는 것이 투명성과 책임 측면에서 올바른 것이 아니었겠냐"고 짚었다.
이어 "김 부회장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연관된 거래로서 강한 이해상충 사안이므로 전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이뤄진 것인지 이사회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상세히 설명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유상증자 계획이 공개된 지난 20일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주가낙폭은 두 자릿수에 달한다.
지난 28일까지 증발한 시가총액만 4조2000억원 상당이다.
포럼은 "이번 증자는 예측 가능성, 공정성 측면에서 일반 주주들에게 많은 피해를 입혔고 국제금융계에서 한국 및 한국기업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한화 관계사 이사회는 앞으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면 좋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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