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사 대금 지급 지연 끝에 31일 기업회생절차 신청
M&A도 동시 진행…기업가치 떨어져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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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이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발란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의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발란의 모든 채무는 동결되고 채권자들은 법정 절차에 따라 변제를 받게 된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예정했던 투자 유치가 일부 진행됐지만 추가 자금 확보가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단기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며 "입점사들의 정산 안정성과 플랫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발란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입점업체들은 분노하는 상황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정산을 받을 길이 사실상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금융 채권과 입점사들이 보유한 상거래채권까지 포함해 앞으로 발란의 모든 채무는 동결된다. 이후 발란이 회생 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채권자와 법원 심사를 거쳐 기업 회생에 돌입한다.
회생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피해자들도 아직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번 발란 피해자들도 언제 정산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발란의 월 평균 거래액은 약 300억원, 입점사는 1300여개에 달한다. 아직 정산되지 못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의 기업회생 의혹은 지난 24일부터 불거졌다. 당시 발란이 입점업체에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업계 우려에 발란 측은 단순히 '정산 오류' 때문이라며 나흘 뒤인 28일까지 지급 일정을 재공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일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결제까지 막혔다. 최 대표는 지난 28일 정산 지연에 대한 사과문을 내고 이번 주 중 입점사를 직접 만나 그간의 경위와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대로 발란은 결국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 대표는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된다면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회생 인가 전에 발란의 인수·합병(M&A)을 병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업계는 발란의 이같은 위기가 이미 예고됐다고 본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분위기 속에 발란과 같은 명품 플랫폼이 '반짝 호황'을 누렸지만 최근 고물가와 소비 부진 속에서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특히 주 소비층인 2030세대가 명품에 쓰는 돈을 줄이면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가운데 경쟁사인 머스트잇은 사옥을 매각하고 트렌비는 중고 명품을 거래하는 등 사업 모델을 조정하거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반면 발란은 기존 사업 모델을 유지하며 투자 유치에만 의존한 결과 결국 유동성 문제가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발란은 지난 2023년 기준 자본총계가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여기에 최근 온라인 중심의 명품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기업가치도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발란은 이 과정에서 292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 2023년 초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던 3200억원 대비 10분의 1 수준이다.
이처럼 가치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 기업회생 절차와 동시에 인수자를 찾겠다는 발란의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발란은 이번 주 안으로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M&A를 본격적으로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해 향후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조기에 인수자를 유치해 자금 유입을 앞당김으로써 파트너 여러분들의 상거래 채권도 신속하게 변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