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료품 6.3%↓…5개월 연속 줄어든 밥상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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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에도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외국인 관광객 회복에도 불구하고, 내수 소비 위축이 지속되며 상권이 활기를 잃고 있다. 뉴스1 |
“요즘은 옷도 안 사고, 외식도 안 해요. 그냥 조용히 집에 있어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몇 달간 지갑을 거의 열지 않았다.
평소엔 계절이 바뀌면 봄옷 한두 벌쯤 사곤 했지만, 올해는 그마저도 생략했다.
그는 “뭘 사도 비싸고, 뉴스 보면 기분도 껄쩍지근해서 소비할 마음이 안 생겨요”라고 말했다.
통계로도 이 같은 ‘작은 소비’ 위축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옷·신발·음식료품 등 일상 소비가 줄고, 외식·공연 관람 같은 여가 활동도 위축됐다.
내수 부진과 추운 날씨, 정치적 불안까지 겹치며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결과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비내구재 소매판매액 지수도 2.5% 줄었다.
전체 소매판매액은 1.5% 증가했지만, 이는 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 덕분이다.
작은 소비를 대표하는 준내구재·비내구재는 두 달 연속 줄어들었다.
준내구재는 의류·신발·소형가전 등 사용 수명이 1년 안팎인 품목을, 비내구재는 음식료품·수도·휘발유 등 일상재 소비를 말한다.
지난해 12월에는 이들 소비가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1월부터 다시 꺾이며 두 달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월 한 달간 신발과 가방 소비가 8.7%나 줄었다.
의류 소비도 1.7% 감소했다.
겨울이 길어진 날씨 탓에 봄옷 소비가 늦춰진 데다, 경제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출을 최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 소비도 타격을 입었다.
오락·취미·경기용품 소비는 6.5% 줄었다.
이는 2013년 12월 이후 11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추위 속에 공연과 전시 등 문화 활동이 줄었고, 정국 불안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음식료품 소비도 6.3% 감소했다.
5개월 연속 줄어든 셈이다.
감소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2월(-6.6%)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이외에도 의약품은 0.4%, 화장품은 0.8% 줄었고, 차량 연료 소비도 1.0% 감소했다.
반면, 정부 보조금 영향으로 승용차 판매는 13.5% 늘며 ‘반짝 반등’을 기록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더 먹고, 더 입고, 더 즐기는 소비”보다는 “덜 먹고, 덜 입고, 덜 움직이는 소비”가 확산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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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푸드코트. 영업을 중단한 매장이 늘며 테이블이 거꾸로 쌓여 있다. 외식 수요 감소가 자영업 현장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뉴스1 |
소비 위축은 서비스업 생산 감소로도 이어졌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은 2월에만 3.0% 줄어, 2022년 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외식과 나들이를 피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9.6%), 정보통신업(-3.9%), 운수 및 창고업(-0.5%)도 일제히 감소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저효과로 일부 수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수 회복 흐름이 매우 약하다”며 “정국 불안과 대외 변수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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