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유통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벤처투자(VC) 업계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발란을 시작으로 명품 유통 플랫폼 연쇄 위기설이 나오며, 이들에 투자했던 VC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발란이 지난달 31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735억원 넘는 투자금 전액의 손실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회생계획안 인가 전에 외부 인수자를 유치해 향후 현금흐름을 대폭 개선함으로써 사업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설립한 발란의 누적 투자유치액은 735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급성장하며 2022년 시리즈C 투자유치 당시 기업가치를 3000억원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기업가치는 약 300억원으로 폭락했다.
발란의 주요 투자사는 ▲스파크랩 ▲미래에셋벤처투자 ▲리앤한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신한캐피탈 ▲우리벤처파트너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JB인베스트먼트 ▲위벤처스 ▲JB자산운용 ▲큐캐피탈파트너스 등이다.
이들 VC는 지난해 전환상환우선주(RCPS)에서 보통주로 전환을 진행해 투자금 전액 감액 처리가 불가피해졌다.
기업회생 개시 후 변제권은 ‘담보채권자-무담보채권자-우선주 투자자-보통주 투자자’ 순으로 갖게 된다.
지난달 28일 발란 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75억원을 투자한 실리콘투도 손실을 눈앞에 뒀다.
한편, 발란의 기업회생 절차로 경쟁 명품 플랫폼에도 위기설이 나오며 VC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발란과 함께 3대 명품 플랫폼으로 뽑히던 트렌비와 머스트잇에도 입점 판매자와 소비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VC업계는 코로나19 특수로 명품 플랫폼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자 잇따라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경기 불황까지 겹치며 명품 플랫폼의 성장이 급격히 꺾였다.
트렌비의 경우 지난해 기업가치가 107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2년 전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영업적자도 계속돼 2023년 기준 영업손실은 32억원이었다.
머스트잇도 마찬가지다.
2023년 기준 영업손실은 79억원이었다.
머스트잇은 올해 시리즈C 라운드를 정식으로 열었으나 얼어붙은 시장에 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에 이들 기업에 투자한 VC는 투자회수(엑시트)가 막막해진 상황이다.
트렌비의 누적투자액은 750억원으로, IMM인베스트먼트·한국투자파트너스·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투자자다.
머스트잇의 누적 투자액은 480억원으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케이투인베스트먼트·IMM인베스트먼트·SBVA 등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이 살아나기 위해선 신규 투자가 절실하지만, 현시점에서 투자를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에 투자한 VC들은 엑시트가 어려워 보여, 업계 전체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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