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전용 체크카드인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 절차가 시작되면서 은행권이 긴장하고 있다.
누가 참전하고, 어떤 부가 서비스를 내놓을지에 대한 치열한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군심(軍心)을 잡기 위해 사전에 군인 전용 상품을 내놓거나 금리도 높였다.
은행에서는 이를 '10년 전쟁'으로 부른다.
사업 기간이 최장 8년으로 줄었지만, 이번에도 놓칠 수 없다는 반응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나라사랑카드 운영대행사인 군인공제회C&C는 오는 24~28일 사업자 선정 입찰을 받는다.
입찰 참가 자격이 주어지는 지난달 27일 사업설명회에는 시중·지방은행을 포함해 총 9개 은행이 참석했다.
다만 이후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농협은행·IBK기업은행 등 사실상 6대 은행 중심으로 경쟁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은 사업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열의를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일찌감치 별도 조직을 꾸려 준비해왔다"며 "입찰 안 할 은행이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사전에 군인 관련 상품과 혜택을 내놓으며 공을 들여왔다.
1기 사업자인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전담조직을 꾸렸고, 지난해 6월부터 우대금리를 적용한 군 전용 대출 및 예금상품을 운영 중이다.
올해 1월에는 장병내일준비 적금의 최고 금리도 연 8.0%로 상향했다.
하나은행은 군인공제회 회원을 위한 대출을 실시했고, 최근에는 군간부 전용 전세대출상품도 내놨다.
2기 사업자인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관련 사업의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컨설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업자인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장병내일준비적금의 최고 금리를 연 8.0%(기초생활수급자 기준) 인상했고 군 장병의 금융사고 방지 교육, 군부대 내 작은 도서관 건립 등 비금융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3기째 접어든 나라사랑카드 사업은 1·2기 대비 사업자는 늘고, 운영 기간은 줄어 사업성이 과거 대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자는 2곳에서 3곳으로 늘어 선정돼도 발급 경쟁을 또 치러야 한다.
반면 운영 기간은 10년에서 8년(기본 5년+3년 연장 가능)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잠재 기반고객 확보라는 장점 때문이다.
나라사랑카드는 입영 대상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급여통장과 신분증 등으로 활용한다.
대부분 병역판정검사(신체검사)를 받고 나서 발급받는데,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신체검사 대상 인원은 약 22만명으로 추산된다.
8년 동안 사업을 운영하면 총 176만명, 3개 사업자로 나눠도 1곳당 평균 58만명의 새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
첫 사업자인 신한은행은 10년간 약 321만명의 청년 고객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터넷뱅크에 뺏기고 있는 20대 초반 남성을 유입할 수 있는 데다,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직장, 결혼으로 이어지는 잠재 효과가 크다고 분석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카드를 한 번 발급받으면 꾸준히 계좌를 유지해 직장인 월급통장, 주택담보대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대규모로 청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은행으로서는 안 뛰어들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은 장병들에게 제공하는 실질적인 혜택이 평가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점표를 보면 부가 및 금융서비스에 총 100점 중 25점이 배정됐다.
손쉬운 발급에도 배점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나머지는 재무구조나 경영상태, 사업이해도 등인데 시중은행 내에서는 큰 차이를 갖기 어렵다"며 "사실상 그룹 내 카드계열사 등과의 협업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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