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에만 5조원에 가까운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보험사의 자본성증권(후순위채권·신종자본증권) 발행액은 4조7250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 전체 발행액(8조6550억원)의 절반을 이미 넘어섰다.
1분기만 놓고 봐도 올해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이례적이다.
최근 5년간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현황을 보면 2021년 450억원, 2022년 1조150억원, 2023년 1조700억원, 2024년엔 1300억원이었다.

올해 1분기 자본성증권을 가장 많이 발행한 보험사는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으로 각각 8000억원 규모였다.
DB손보는 지난 2월 당초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초과 수요를 확보해 발행액을 2배로 늘렸다.
현대해상도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계획했다가 예상보다 수요가 많아 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중인 ABL생명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ABL생명은 당초 1000억원어치의 후순위채 공모를 위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주문이 730억원에 그쳤다.
결국 최대 2000억원까지 열어 뒀던 발행한도를 채우지 못하고 추가 청약을 통해 1500억원만 발행했다.
ABL생명은 최근 6개월간 3차례에 걸쳐 4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르면 5월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에 앞서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방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올해 초부터 잇따라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선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자본성증권은 보통 킥스를 높이기 위해 발행되는데 킥스는 금리가 내려갈수록 낮아진다.
탄핵정국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회사채 투자심리가 꺾일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자본성증권 발행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일부 보험사들은 지난해 결산실적부터 적용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에 따른 킥스 하락을 추가로 보완하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다만 2분기부터 보험사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자본성증권과 같은 보완자본보다는 기본자본(자본금·이익잉여금 등)에 더 비중을 두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이 일환으로 상반기 내 '기본자본 킥스'를 만들어 규제 수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앞으로 기본자본 킥스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적기시정조치 등 직접적인 제재가 내려질 전망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은 보완자본 발행 감소가 목적"이라며 "보험사들은 기본자본의 가장 확실한 증가 방법인 증자만큼은 어떻게든 피할 가능성이 높은데, 앞으로 기본자본 보전을 위해 주주환원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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