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PE) 한앤컴퍼니가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면서 SK그룹의 매물을 싹쓸이하고 있다.
특히 양 측은 중개사나 자문사를 끼지 않고 여러 차례 '직거래'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는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지분 70.6%를 팔기 위해 한앤컴퍼니와 협상 중이다.
세부 조건을 합의한 뒤 상반기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거래를 마무리 지으면 한앤컴퍼니는 열 번째로 SK그룹 매물을 손에 쥐게 된다.
특히 독특한 부분은 SK그룹과 한앤컴퍼니가 '직거래'를 한다는 점이다.
SK그룹은 SK스페셜티에 이어 SK실트론 매각에서도 거래를 중개하는 IB를 따로 선정하지 않았다.
내부 부서에서 직접 인수 후보들과 접촉해 거래를 진행한 것이다.
이를 두고 양사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배터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SK그룹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도 잡음 없이, 불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피하길 원했다.
한앤컴퍼니 역시 전통적으로 자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대응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주관사를 끼고 경쟁 입찰을 진행하면 아무리 매수자 우위 거래라도 적절한 기업가치보다 웃돈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판단에서다.
한앤컴퍼니가 2018년 SK의 오프라인 중고차 사업 부문(현 케이카), SK디앤디, SK해운 등을 연달아 사들이면서 SK그룹과의 신뢰는 더 두터워졌다.
이후 양사는 지난해 SK엔펄스 CMP사업부, 올해 SK스페셜티까지 8년간 10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양사 경영진 간 별다른 학연이나 인맥 등 외부 요인보다는 실제 거래 경험과 성과로 신뢰가 축적됐다는 평가다.
IB업계 관계자는 "재벌그룹과의 거래에는 외부로 공개하기 어려운 각종 내밀한 요구사항도 끼어들 수 있는데 이를 성사하기 위해서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라며 "서로 가격을 더 받을 기회와 더 깎을 기회를 조금은 포기하는 대신, 매끄럽고 확실하게 거래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을 선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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