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운용사, 펀드가격 오류 반복…투자자 신뢰 훼손 우려"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5-04-10 09:15:0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가격(NAV)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자산운용사 CEO와 간담회'에서 "노이즈 마케팅 등에만 집중하고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펀드시장 신뢰보호를 위해 펀드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자산운용사 간 경쟁 과열화에 대해 금감원은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운용사 자체적으로도 업무 원칙과 내부 규율을 재정립해 투자자의 믿음에 부응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산운용사에 신인의무와 함께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된다"며 "그러나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임직원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운용사는 주주총회 때마다 저조한 의결권 행사로 '거수기' 비판을 받았다.
이 원장은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의결권 행사 모범 및 미흡 사례를 적시(Name&Shame)하는 등 시장이 성실한 수탁자를 가려낼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명확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역량 향상을 위한 '전문성'과 '창의성' 제고에도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자산운용시장은 이미 국경을 넘어선 글로벌 경쟁터"라며 "우리나라 역시 상품 다양성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한국시장만의 매력'을 보여주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 자본시장은 만성적인 증시 저평가, 기업실적 둔화 우려, 글로벌 관세전쟁 등 '누란(累卵)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자산운용산업은 초격차 기술과 100세 시대에 혁신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눈앞의 숫자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의 가치를 먼저 돌아봐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간담회는 자본시장 선진화 및 자산운용산업의 건전한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업계 건의사항도 청취하는 등 양방향 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