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외환시장이 '일단 안도'했다.
그러나 관련 소식에 일희일비하며 급등락하는 변동성 확대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관세 협상 관련 소식과 미국 경기 상황을 크게 반영하며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협상 결과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소화 상황에 따라 하반기엔 점진적으로 레벨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대비 38.1원 급락한 1446.0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1450원 선 전후에서 거래됐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레벨을 높였다.
전날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 마감가는 1484.1원으로 2009년 3월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의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이 예상보다 강력한 수위로 국가별 상호 관세를 발표한 데다 미·중 간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면서 급등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는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2거래일 연속 갈아치웠다.
간밤 야간 거래 중 들린 관세 유예 소식에 1470원 선으로 내리며 다소 진정된 후 이날 오전장이 분위기를 이어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시작된 지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기본 관세인 10%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관세 협상에 나선 70여개국에는 한시적이나마 관세율을 낮춘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올렸다.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이유로 직전 104%에서 21%포인트를 더 높인 것이다.
간밤 뉴욕증시는 안도감을 먼저 소화, 낙폭을 크게 되돌리면서 급등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의 보복관세 응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유예 기간 중 마무리해야 하는 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점 등에서다.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1·2위 수출국이라는 점, 위험자산 통화이자 경기민감 통화라는 점에서 향후 협상 진전 여부와 글로벌 경기 상황 등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이후 원·달러 환율 주간 종가 고점은 2009년 3월2일 1570.3원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원화와 같이 글로벌 교역 규모와 통화 가치 간에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진 통화는 관세 전쟁에 따른 교역 환경 악화 전망에 가치 절하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은 원화 가치 절하 가능성을 높인다"고 짚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 역시 "미·중 관세전쟁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원화는 달러 가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연말까지 중장기적인 시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레벨을 낮출 가능성을 점쳤다.
이번 관세 유예로 협상 여지가 열려있음을 확인했다는 점,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인 미국 경기 성장과 상충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흘러가도록 둘 가능성이 작다는 점에서다.
최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경기 사이클에 민감한 제조업, 산업 중심 신흥국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의 추가적인 절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나, 실제 침체 가능성은 작게 본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올해 3분기 이후 국내 추가경정예산과 미·중 무역분쟁 완화 여부 등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서서히 하락 전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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