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금감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 열려
운용사 충실한 의결권 행사 유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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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감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자산운용사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 인하 경쟁을 나무랐다. 본연의 책무를 등한시하고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에 대해서는 상품 운용이나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이복현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금감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열었다. 이 원장을 비롯해 서재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등 관계기관 인사와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등 국내 23개 자산운용사 CEO가 참석했다.
이 원장이 자산운용사 수장들을 한데 불러 모은 것은 8개월 만이다.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자사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해 ETF 보수를 앞다퉈 인하하면서 펀드가격 산정 오류가 발생하거나 투자자들로부터 경쟁 과열 우려를 지적받는 것에 대해 당국의 지침을 발표하고 사업자들과 논의를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이 원장은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운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펀드가격 산정에서 오류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투자자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은 자본시장법을 언급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책무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자산운용사는 자본시장법 제79조에 따라 투자자에 대한 충실의무가 명시적으로 부여된다"면서도 "형식적인 의결권 행사, 대주주 임직원 사익추구, 계열사 등 이해관계인에 치우친 의사결정 등 투자자 최우선 원칙을 훼손하는 사례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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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앞서 국내 23개 자산운용사 CEO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실제로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 등이 연이어 동일한 성격의 ETF 상품에 대해 보수 인하를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을 일으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특정 상품을 중심으로 보수를 인하하고 성격의 다른 상품에서 인하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을 주시해 왔다.
끝으로 이 원장은 창의성, 전문성 제고 등을 통한 자산운용사의 역량과 경쟁력 강화도 주문했다. 자산운용사의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유도하기 위한 사례 적시 등 당국도 돕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 원장은 "주요국들이 운용산업 고도화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운용업계는 여전히 한정된 영역에만 매몰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전문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K-운용’만의 차별화된 전략이 출현할 수 있도록 위한 업계의 고민과 노력을 해야 한다. 금윰감독원도 펀드 운용규제 개선, 운용사 업무영역 확대 등의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