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vs 84%(중국의 대미 추가관세)'
상호관세로 맞붙은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나머지 국가들을 동맹국으로 포섭하고 있다.
우호 세력을 결집함으로써 경제 동맹을 활용해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미국이 전통적 우방국인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과의 협상을 서두르는 것 역시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7.6%를 차지하는 EU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은행협회(ABA) 콘퍼런스'에서 연설자로 나서 "70개국 이상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며 "협상이 타결된 후에는 중국을 상대로 공동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발표 이후 각국은 분주해졌다.
한국·일본·EU 등 미국의 전통 우방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은 미국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을 준비에 돌입했다.
한국과 일본, EU는 각각 25%, 24%, 20%의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미국은 중국 고립주의를 강화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25%로 올리고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전격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정 직후 일명 '최악국가'로 통칭한 대미 상품 무역수지 흑자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전면 발효한 지 약 13시간 만이다.
앞서 대미 관세율을 34%에서 84%로 올린 중국의 맞대응 조치에 즉각 대응한 것이다.
중국 역시 우군을 확대하며 세력 늘리기에 나섰다.
중국 신화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 '중앙주변공작회의' 연설에서 운명 공동체 구축 등 주변국과의 상호 신뢰 강화 외교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아시아, 유럽 등과 무역 다변화도 추진 중이다.
유럽에서는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이 거세지면서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가 반사 수혜를 입는 것으로 관측된다.
짐 오닐 전 영국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미카제식 관세 조치' 이후 무역 구조 재편이 불가피하다"며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무역 협력을 대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인도를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며 미국에 관세 남용에 공동 대응하자는 제안도 전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달 초 드루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에게 양국 무역 75주년 기념 서한을 통해 "상호 성취의 파트너로서 '용(중국)과 코끼리(인도)의 탱고'를 실현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전했다.

미·중 대치 상황에서 EU라는 경제공동체로 묶인 유럽이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지는 중요한 문제가 될 전망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EU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23년 기준 1조8591억달러(2715조원)에 달한다.
전 세계 경제의 17.6%에 달하는 규모다.
유럽 내부에선 중국과 연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크리스토퍼 덴트 에지힐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이 결국 다른 국가들이 서로 무역 동맹을 강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EU와 중국이 무역분쟁을 봉합하거나 유예하고, 영국·캐나다·일본·한국·호주 등과 함께 자유무역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U 집행부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조심스레 관측됐다.
EU의 통상·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인 마로스 셰프초비치는 최근 중국 부총리 허리펑과의 회담 후 "무역과 투자가 서로 대칭적인 흐름을 보장할 때만 관계가 개방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EU로서는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을 버리는 데 따른 고민이 필연적인 것도 사실이다.
이를 두고 미국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스페인 고위 관계자가 "유럽이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베선트 재무장관은 "그건 자기 목을 스스로 치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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