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쇼크로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곳곳에서 시세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1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는 프리마켓 개장 직후 주가가 28.21% 치솟으며 상한가로 직행했다.
이후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13%가량 급락하며 상한가를 이탈했다.
상한가 형성에 체결된 주문은 108주에 불과했다.
약 2300만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의 차트를 움직인 셈이다.
SK하이닉스 외에도 퀄리타스반도체, 클래시스, 한화오션, 하이비젼시스템, 세아제강지주 등이 프리마켓 개장 직후 상한가를 찍은 뒤 이내 반락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프리마켓의 시초가 왜곡 현상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현재 넥스트레이드는 가격 급변동 우려를 이유로 프리마켓에서 시장가 매매를 제한하고 있으나, 호가창을 채워줄 시장조성자들이 없어 지정가로 1주만 거래해도 상·하한가에 시초가를 형성하는 일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와이바이오로직스, 루미르는 거래량 1주만으로 25%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라면 증권사들이 대체거래소와 시장조성 계약을 체결하고 배정받은 종목에 대해 매수·매도 양방향 호가를 지속해서 제출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이에 대해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는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의 가격 변동은 한국거래소 차트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유의 경고등이 켜진 곳은 이뿐만이 아니다.
관세 쇼크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면서 국내 상장된 해외 투자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괴리율도 극성을 피우고 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발생한 ETF 괴리율 초과 공시는 596건으로 열흘 만에 전월(208건)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 1월과 비교해선 4배 가까이 늘었다.

괴리율은 ETF의 시장가격과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iNAV)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지표다.
전날엔 'TIGER 유로스탁스레버리지(합성 H)'의 괴리율이 14.89%까지 치솟으며 ETF들 중 1위를 기록했다.
ETF가 제값보다 15%가량 비싸게 거래된 셈이다.
자산운용사는 해외 투자 ETF의 괴리율이 ±2%를 넘을 경우(국내 투자 ETF는 ±1%) 이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괴리율 초과는 대부분 해외 투자 ETF들에서 발생한다.
미국에 투자하는 ETF의 경우 순자산가치(NAV)가 매일 미국 장 마감 이후 기초자산의 가격과 수량 변화를 반영해 산출된다.
iNAV는 국내 증시 개장 후 한국거래소가 실시간 환율 변동분만 추가로 반영해준 수치다.
문제는 시장가격을 결정짓는 유동성공급자(LP)들이 미국 장 마감 이후에도 선물시장 실시간 흐름을 반영해 호가를 제출하기 때문에 괴리율이 벌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요즘과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괴리율을 확인하지 않고 단순 시세차익을 위해 주가만을 기준으로 매매에 나섰다간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렇게 괴리율이 높을 때는 실시간 선물 시세를 참조하고 가격 방향을 확인한 뒤 투자에 임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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