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등 ‘피지컬 AI’로 진화 위한 디딤돌
2030년 68조원 시장… 신기술 속속 선봬
오픈AI, 맞춤 여행 계획 등 서비스 韓 출시
구글·아마존·中업체들도 경쟁에 가세
일자리 축소·결정권 책임 논쟁은 과제
![]() |
”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전자 박람회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선언했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수조 달러 규모의 산업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젠슨 황뿐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시장조사업체들이 올해를 AI 에이전트가 본격화되는 원년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은 최근 속속 AI 에이전트를 표방하는 기술을 내놓고 있다.
국내 기업도 가세했지만 에이전트 수준까지 올라선 결과물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하려면 개인정보 정책, AI에 맡길 의사결정의 범위, 법적 책임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성형→에이전트→피지컬AI
AI 에이전트는 스스로 문제를 이해해 의사결정한 후 자율성을 갖고 계획·실행하는 AI 모델·알고리즘을 말한다.
핵심은 자율성과 결정 능력, 실행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답한다면, AI 에이전트는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통찰력을 발휘해 추론하고 일의 흐름을 결정한 후 행동에 옮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은 점점 줄어든다.
AI 에이전트는 생성형 AI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로 발전하기 전의 중간 단계로 받아들이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디지털서비스팀 김태원 수석연구원은 “AI 에이전트는 AI라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하드웨어인 휴머노이드에 붙는 과도기상의 기술”이라며 “AI 에이전트에 대한 정의가 많지만 결국 사람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해주느냐 아니냐가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AI에이전트 시장은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마켓앤드마켓은 세계 AI에이전트 시장이 지난해 51억달러(약 7조3970억원)에서 2030년 471억달러(약 68조3091억원)로 성장, 연평균 성장률이 44.8%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
글로벌 빅테크들은 생성형 AI 다음 단계를 에이전트로 보고 올해 초부터 관련 기술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달 말 일부 개발자를 대상으로 AI 에이전트 ‘노바 액트’를 공개했다.
노바 액트는 기존 모델보다 자율성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웹사이트에서 스스로 쇼핑이나 예약, 문서 작성을 할 수 있다.
구글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기조 강연에서 ‘참여형 AI 에이전트’ 기능을 소개했다.
카메라에 화분을 보여주자 AI 에이전트가 적합한 흙과 비료를 추천하고 조경서비스를 안내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 행사에서 복잡한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간편하게 구축할 수 있는 ‘에이전트 개발 키트’(ADK), 에이전트 간 통신이 가능한 개방형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A2A) 프로토콜 등의 신규 기능을 발표했다.
![]() |
올해 1월 발표된 오퍼레이터는 인터넷을 검색하고 식료품 주문, 보고서 작성 등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
사용자가 명령하면 오퍼레이터는 스크린샷으로 화면을 인식한 뒤 마우스 클릭, 키보드 입력, 스크롤 등을 척척 한다.
국내에서는 오페레이터가 카카오,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와 연동됐다.
AI가 카카오톡에 접속해 선물하기 상품을 찾아주거나 야놀자에서 여행 계획부터 예약까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앤스로픽이 내놓은 업무 자동화 도구 ‘컴퓨터 유즈’도 AI 에이전트로 꼽힌다.
컴퓨터 유즈는 AI 언어모델인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컴퓨터 화면을 인식하고 마우스·키보드를 직접 조작할 수 있도록 한다.
AI가 사람처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한 발 다가선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달 초 간단한 명령만으로 식당 예약·최저가 구매 링크를 안내하거나 결제까지 하는 코파일럿 액션 기능을 발표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지난달 한국에서 열린 ‘MS AI투어 인 서울’ 행사에서 ‘MS 365 코파일럿’에 추론 모델을 적용한 두 가지 AI 에이전트 ‘리서처’와 ‘애널리스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중 경쟁은 AI 에이전트 시장에서도 여전하다.
지난달 중국 스타트업 버터플라이 이펙트가 공개한 AI 에이전트 ‘마누스’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마누스는 제한된 사용자 그룹을 대상으로 시험하는 클로즈드 베타 단계여서 초대 코드가 있어야 이용가능 했는데, 지난달 이 초대코드가 1000달러 이상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 회사 측은 마누스가 주식 분석부터 부동산 추천까지 다양한 작업을 자율적으로 실행한다고 소개했다.
회사 측은 마누스가 범용인공지능(AGI) 성능 평가인 GAIA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AI의 딥리서치를 능가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와 관련해서는 앤스로픽이 지난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MCP((Model Context Protocol) 표준도 주목받고 있다.
오픈AI와 MS가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MCP는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외부 도구를 연결하는 표준이다.
AI 에이전트를 구현하려면 AI가 외부 앱·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기에 MCP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나온 AI 에이전트의 성능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마누스의 경우 잦은 오류나 실수가 지적된다.
◆국내는 걸음마… 신뢰성·보안 등 과제
국내 기업들도 AI 에이전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3.5를 기반으로 기업용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북미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올해 출시한다.
KT는 MS와 손잡고 한국적 AI가 적용된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빠르면 연내에 커머스에 특화된 AI 에이전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 직후 “커머스 영역에서 세계에서 제일 좋은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도전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도 지난달 주총에서 “개인화된 맥락과 이걸 기반으로 액션을 유도하는 에이전틱 AI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를 향한 도전이 본격화되면서, 파급효과에 대비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일자리 축소가 먼저 우려되고 있다.
보안 위험도 거론된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려면 그만큼 로그인·결제 등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몫이던 의사 결정을 AI 에이전트가 떠맡는다면, 어디까지 결정권을 줘야 할지 책임 소재는 어떻게 가릴지도 고민해야 한다.
AI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도 큰 과제다.
김태원 수석연구원은 “AI에게 내 짐을 떠넘기면서 너무 많이 의존하게 되면 인간의 사고 능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