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러 기업을 포트폴리오로 담고 있는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이하 앵커PE)의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투자 기업 대부분의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2대 주주로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압박해 투자금 회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앵커PE는 투자 기업 대부분의 기업 가치가 뒷걸음질 치며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앵커PE의 국내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는 ▲SK일렉링크 ▲프레시지 ▲컬리 ▲카카오픽코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라인게임즈 ▲이투스 등이다.

2021년 앵커PE는 프레시지의 경영권과 지분 67%가량을 확보하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프레시지의 지분 2.2%를 가지고 있는 GS리테일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2.2%에 대한 장부가액을 9억5000만원으로 평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앵커PE의 지분 가치는 4년 사이 10분의1 이상 뒷걸음질한 것으로 보인다.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컬리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앵커PE는 2021년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하고 2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7.56%를 확보했다.
2023년 컬리가 진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 지분을 10.88%까지 늘렸다.
하지만 최근 장외 시장에서 추정할 수 있는 컬리의 시가총액은 5000억원 안팎이다.
온·오프라인 입시 교육업체 이투스교육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앵커PE는 2015년 이투스교육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후 2019년 기존 대주주의 지분을 추가 취득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앵커PE는 이투스교육을 인수하면서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000억원대의 인수금융을 조달받았다.
남은 상환액은 9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회사의 실적이 수년째 뒷걸음질하고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인수금융 차환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진 앵커PE가 카카오를 압박하며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매각설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앵커PE는 카카오엔터의 2대 주주다.
최근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의 주요 주주들에 서한을 보내 매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 최대주주는 카카오(66.03%)다.
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건 앵커PE(약 12.42%)다.
이 외에 싱가포르투자청(GIC)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각각 5.1%를 갖고 있다.
중국 텐센트도 약 4.6%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카카오엔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쪼개기 상장 등 논란이 일었고 최근 증시 침체와 함께 콘텐츠 산업 성장세가 둔화하자 IPO 작업을 중단했다.
결국 투자금 회수 방법으로 매각을 꺼낸 것인데, 여기엔 앵커PE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앵커PE는 2016년에 카카오엔터 투자를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시점이 5~10년으로 투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했다.
GIC와 PIF는 앵커PE 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2023년 카카오엔터에 투자했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11조원 수준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매각설 배경에는 '주주 간 계약'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투자한 지 9년째인 앵커PE의 영향이 컸을 것 같다"면서 "투자금 회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출자자에게 큰 압박을 받는데, 앵커PE는 다른 투자처에서 투자금 회수 상황이 어려워 카카오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권기수·장윤중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최근 사내게시판을 통해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 교체와 지분 변동을 논의 중이었는데 (카카오엔터 매각설은) 이 과정에서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글로벌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우리의 변함없는 목표로, 동요 말고 변함없이 업무에 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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