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품 패션 기업인 에르메스는 다음달 1일부터 미국에서 제품 가격을 올릴 전망이다.
에르메스의 에리크 뒤 알구에 재무 담당 부사장은 이날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에르메스 제품의 가격 인상은 관세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시장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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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20%의 상호관세를 발표했다가,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면서 기본 관세 10%만 적용하기로 한 상태다.
에르메스는 관세 부과로 지금까지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미국 시장 실적은 저조한 편이며 중국에서의 매출은 늘지 않은 상황이다.
에르메스의 1분기 매출은 41억3000만 유로(약 6조6700억원)로 환율 변동을 감안했을 때 7.2% 증가했다.
다만 애널리스트의 예상치인 41억4000만 유로에는 미치지 못한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르메스의 가격 인상 계획에 대해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도 글로벌 무역 긴장시대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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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루이비통 매장의 모습. 뉴스1 |
아르노 회장은 “이미 여러 기업이 미국으로 생산을 더 이전하는 걸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는 기업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는 브뤼셀(EU)의 책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 국가들은 이 협상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관료들에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또 아르노 회장은 미국과 EU 간 자유무역지대 설립을 옹호하면서 “EU가 정치적 권력이 아닌 관료적 권력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규정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고있다”고 지적했다.
LVMH는 매출의 25%를 미국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LVMH 산하 브랜드의 와인과 주류 매출은 미국 시장이 34%를 차지한다.
미국 행정부가 유럽산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패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주류,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LVMH는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LVMH 입장에선 미국 내 생산량을 늘려서라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LVMH는 중국 시장 침체 등의 영향을 받아 1분기 매출이 3%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 15일 주가가 급락해 한때 프랑스 증시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경쟁사인 에르메스에 내주기도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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