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오뱅, 코로나19 이후 두번째 신종발행증권 발행
SK이노, GS칼텍스도 회사채 발행
관세전쟁 속 불확실성 심화에 실탄 확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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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와 원유 수요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정유사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국제유가와 원유 수요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정유사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대체하고 실탄을 확보해 최대한 불황을 버티려는 의도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25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HD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이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지난해 10월 2500억원(금리 5.028%)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후 반년 만이다. KB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6개 주관사에서 투자자를 모집 중이다. 금리는 5% 안팎이며, 발행 5년 후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하이브리드 채권, 코코본드 등으로 불리우는 조건부 자본증권이다. 만기가 정해져 있지만 회사가 원한다면 계속 만기를 연장할 수 있어서 영구채로 불리운다.
회사가 어려울 때 갚지 않아도 되는 주식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어 하이브리드채권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특히 조건부 자본증권이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간주된다. 기업의 경우 전방산업의 현금 창출력이 낮아졌을 때 실탄을 확충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부채 규모는 줄이고 자본은 늘리겠다는 의도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0조468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8.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8.2% 감소한 258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심화됐다. 1분기 평균 72달러 내외를 기록하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달 초 급락한 후 60달러 초반 대에 머물며 경기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 주요 에너지 기구들은 무역분쟁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해 원유 수요 전망치를 앞다퉈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광우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2.0 시대, 에너지 시장의 변화'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강화 및 석유수출국기구(OPEC)과의 원유 감산 관련 갈등이 심화되면 국제유가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한국의 정유 및 석유화학 산업이 높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물가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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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와 원유 수요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악화한 정유사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HD현대 |
HD현대오일뱅크는 앞서 코로나19로 불황이던 2020년에도 신종발행증권을 발행한 적이 있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시기 관세전쟁이라는 추가 악재를 만난 만큼 미리 재무적 대비에 나선 것이다.
이달 중 25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이 추가되면 HD현대오일뱅크의 총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93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다른 정유사들도 각각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은 4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GS칼텍스는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2배까지 증액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최대 8000억원, GS칼텍스는 2400억원까지 발행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정유업계의 실탄 확충을 통한 버티기 전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의 소용돌이 속 유가의 운명' 리포트에서 "원유 수요 회복 기대감이 높지 않아 원유 과잉 공급 국면은 유지되겠지만 미국의 생산량이 점차 조정되고 OPEC+의 증산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다면 향후 국제유가의 하락은 점진적인 속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