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유통업계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 가량의 시차가 있어”
“본격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돼”
가공식품 가격 상승의 주범 중 하나였던 설탕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간 원유 가격 상승과 기상이변, 주요 생산국의 수출 제한이 겹치며 고공행진하던 설탕 가격이 올해 들어 빠르게 진정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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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년 전(19.40센트)보다 낮은 수준으로, 2022년 10월 가격과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로는 무려 34.3% 하락했다.
설탕 N.11 선물은 설탕 원료인 원당의 국제 거래 기준으로, 커피·코코아·면화·오렌지주스와 함께 주요 연성 소비 원자재로 분류된다.
설탕 가격은 소비 수요보다 공급 변화에 더 민감한 특성을 가진다.
◆브라질·인도, 생산 여건 ‘好好’…원유·에탄올 변수도 완화
설탕 공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과 인도의 작황이 좋아진 것이 가격 하락의 핵심 요인이다.
브라질 설탕협회에 따르면 중남부 지역의 4월 설탕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0% 늘었다.
예년보다 빠른 수확 시작과 양호한 작황 덕분이다.
브라질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그로(Datagro)는 2025~2026년 브라질 중남부의 설탕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424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공급이 충분할 것이란 기대감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인도 역시 생산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인도 기상청은 올해 몬순 시즌 강수량이 평년 대비 5%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탕수수는 강수량에 민감한 작물로, 풍부한 비는 수확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과 인도는 설탕 공급의 시차를 형성한다.
브라질은 4월부터 수확이 시작되고, 인도는 연말부터 4월까지 수확한다.
이 같은 계절적 공급 구조는 연중 설탕 시장의 변동성에 영향을 준다.
국제 원유 가격의 하락도 설탕값 안정에 일조하고 있다.
사탕수수는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도 쓰이는데, 유가가 높을수록 설탕 대신 에탄올 생산이 늘어난다.
2022~2023년에는 유가 상승, 브라질의 가뭄, 인도의 수출 제한이 겹쳐 설탕 가격이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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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에탄올로의 전환 비율도 평년보다 2~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설탕 가격은 그동안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국 평균 설탕 판매가격은 40% 이상 상승했다.
◆하반기 가공식품 물가 안정 기대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설탕값 하락이 향후 가공식품 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설탕은 국제 거래 원자재인 만큼, 실제 유통가에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의 시차가 있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가격 안정 효과는 하반기에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에 “설탕 가격 하락은 글로벌 공급 회복의 신호탄”이라며 “브라질과 인도의 생산 여건이 크게 개선되면서 공급 불안 우려가 완화됐고, 설탕 선물 가격도 고점 대비 30% 넘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후, 원유, 수출 정책 등 외생 변수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원가 부담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는 과자나 음료 같은 제품의 가격 안정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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