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큰 조선업계…완성차·철강업계, '내실'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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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미국 해군 함정 두 번째 MRO 사업으로 수주한 'USNS YUKON'함. /한화오션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시행 이후 첫 고위급 회담인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7월 패키지 합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조선 시장 최강자인 한국이 협력 비전을 제시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 책임감은 커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를 마친 뒤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하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조선산업 협력에 있어 상당히 공감대를 이뤘다"며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는 부분이 있어 인력과 기술협력 등 미국이 목말라하는 조선산업 역량 강화 부분에서 잘 맞아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성공 이후 직접 한국 정부에 조선산업 협력을 언급했다. 미국 조선업은 퇴보하는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양강체제가 공고한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제외하고 손을 잡을 국가는 우방인 한국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다음 주 한국을 찾을 예정인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사업장을 방문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1998년 트럼프 대통령과 대우중공업(현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이 드러나지 않은 만큼 다양한 옵션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성공 전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북미 조선·방산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본격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MRO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함정정비협약(MSRA)을 미국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체결한 상태다. HJ중공업도 MSRA 체결을 준비하고 있다.
현지 투자와 기술협력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도 한국 조선업계가 대비하는 영역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과 MIT 조선해양 컨소시엄을 발족해 조선해양분야 기술혁신과 탈탄소화를 목표로 미래 기술 연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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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성턴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한화오션도 지난 2023년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을 위한 포괄적 협력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 등 해외 기술협력과 인력 양성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투자뿐만 아니라 인력 양성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에너지 안보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28년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수출 물량 1%를 미국산 LNG선으로 운송해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한국 조선업계에 기회로 작용한다. 한화오션이 필리조선소에서 미국산 LNG운반선을 건조할 기회가 생긴 셈이다.
책임감이 커진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수익성을 염려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의 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익성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세 정책에 영향이 큰 완성차 업계와 철강업계는 한미 2+2 통상협의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속도 내기를 바라고 있지만, 국내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당장 결론이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에서 체력을 기르는 모습이다.
정의선 회장이 31조원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자동차그룹은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지난 24일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외부 변수에 의존치 않고 비용·공급 효율화 등 내부 역량을 집중해 (관세 정책) 만회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대응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해 전사적 대응 체계를 구축한 상태다. 기존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효율화로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현지화 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에 만드는 전기로 일관제철소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며 관세 정책에 대응할 예정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4일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통상 환경을 극복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날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현지 제철소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최적 생산체제로 구축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택준 현대제철 그린스틸추진실장 상무는 "미국 제철소로 브랜드 인지도가 상승해 국내 생산 제품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