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가 미국의 상호관세로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이 큰 범위를 차지하는 데다 관세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 자동차 수요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피치 레이팅스는 25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피치 온 코리아 2025' 콘퍼런스의 두 번째 세션에서 '국내 기업 신용등급 전망'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진행자로 나선 부디카 프라사드 피야세나 아시아태평양 기업그룹평가 헤드는 "작년 3분기 이후 아태지역 기업들의 등급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올해 4월 초부터 부정적인 변동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호관세가 실행된다면 큰 영향을 받는 부문은 자동차, 기술(Tech), 하드웨어"라고 덧붙였다.
먼저 테크 중 하드웨어의 경우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끼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박정민 피치 레이팅스 상무는 "작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전자 제품 등의 절반이 아태지역"이라며 "베트남과 같은 곳에 관세가 부여되면 이곳을 제조 허브로 삼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영향이 상당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분야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앞서 스마트폰·컴퓨터·반도체 관련 품목을 상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제외하기로 했다.
그는 "한국의 반도체는 관세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관세가 부과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공급망이 다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자동차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용등급 변화와 관련해서는 기업마다 제각각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관세는 완성차 제조사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맞지만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각각 생산시설의 입지, 가격 결정력, 공급망 구성 등에 따라 서로 편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상무는 "하지만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브랜드마다 다르겠지만 현재는 자동차 업체들 모두 관망을 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치의 자회사 BMI는 올해 미국 내 경차 판매량이 1570만대를 기록하며 0.3%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전 2.4% 증가 예상치와 대조되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피치는 완성차 제조사들이 미국 내 생산시설의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관세 영향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더 늘릴 것"이라며 "제조사와 부품사들의 미국 투자가 이뤄지려면 정책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 하는데, 관세가 투자 기간 동안 이어질 것인지 그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 영향을 극복하기 위해 해당 지역의 생산량을 늘리거나 판매 전략에 변화를 준다는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자동차 부사장 겸 최고투자관계책임자는 "미국 생산 기지의 생산 캐파가 확대되면 앞으로 70만~80만대는 현지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대응 조치 중 하나는 믹스 자체를 다시 조정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부 물량이 캐나다로 가고 있는데 해당 물량을 다른 지역을 통해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관세로 인해 채권 발행 시장도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민집 미즈호증권 채권자본시장부문 이사는 "현재 관세, 무역 정책 등 인플레 부담, 성장 전망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고 있다"며 "시장이 불확실성에 있는 상태로 있다 보니 관망세에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발행 물량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이사는 "한국 발행사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은 편으로 A나 AA 등급의 발행이 물량이 많다"며 "만기도래 물량도 늘어나고 있어 발행 물량은 꾸준히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 시장을 보면 원화 시장 대비 조달 비용 높은 편인데 2025년과 2026년은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물량이 발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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