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스타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잘 맞춘 브랜드 리포지셔닝 필요해”
직장인의 필수 아이템이던 구두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 문화가 유연해지고 복장이 캐주얼화되면서, 스니커즈와 운동화가 새로운 ‘출근룩’의 중심으로 떠오른 결과다.
이에 따라 구두 판매는 감소세를 보이고,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도 구두 브랜드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 |
게티이미지 |
탠디의 지난해 매출은 1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줄었다.
미소페 운영사 비경통상의 매출도 12.4% 감소한 690억원에 그쳤다.
형지에스콰이아는 2022년 733억원에서 2023년 490억원으로 무려 33.1% 급감했다.
금강제화 운영사 금강은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매출이 1064억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는 오프라인 유통 현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직접 착용해보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구두 판매의 거점이던 백화점에서도 구두 매장은 축소되거나 주요 공간에서 밀려나는 추세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리뉴얼 과정에서 3층 구두 매장을 절반으로 줄이고, 입점 브랜드 수도 13개에서 4개로 대폭 축소했다.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3층에 있던 구두 매장을 6층으로 이전하면서 브랜드 수가 12개에서 2개로 줄었다.
구두 브랜드가 빠져나간 자리는 러닝화와 스니커즈 브랜드가 채우고 있다.
최근 수요가 급증한 러닝화 편집샵이 백화점 핵심 위치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월 4일부터 21일까지 잠실점 월드몰 지하 1층에서 러닝화 편집샵 ‘디스턴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글로벌 6개 브랜드의 러닝화 및 의류는 물론,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은 2021년 2조7761억원에서 2023년 3조4150억원으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오랜 세월 거리 곳곳에서 구두를 수선해온 구둣방들도 시대의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서울 시내 구둣방은 2011년 1266곳에서 2021년 882곳으로, 올해 2월 기준 745곳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 |
게티이미지 |
팬데믹을 거치며 대기업 중심으로 복장 자율화 문화가 확산됐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성 있는 출근룩이 인기를 끌면서 구두는 더 이상 직장인의 ‘기본값’이 아닌 ‘선택의 아이템’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정통 구두 브랜드들도 생존 전략을 고민 중이다.
기존의 정장화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스니커즈를 포함한 운동화 제품군을 확장하거나 온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의 복장 자율화와 워라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구두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구두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이동했고, 이는 유통 채널 구조와 소비자 행동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장화 판매에 머물지 않고, 운동화와 일상 슈즈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형화된 소비자 타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성향에 맞춘 브랜드 리포지셔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