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인사권을 둘러싼 여야의 아전인수식 대립이 계속되면서 탄핵 정국 속 '인사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 대행은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 사이에서 상당 기간 고심을 이어갈 전망이다.
1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과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 등 주요직의 후임 인사가 요원한 상황이다. 비상계엄 사태로 직무 정지된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등 군 장성들과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정됐던 주중국 대사 등 역시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한 대행이 모든 권한을 이양받았으나 여야가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한 대행의 권한 범위를 다르게 해석하면서 인사권 행사가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권한대행 체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사를 검토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지만, 여야 입장 정리도 명확하지 않다"라며 "한참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주목되는 건 헌법재판관 인사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도 불참하겠다고 선언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단독 선출을 검토하겠다며 대치 중이다. 현재 헌법재판관 6인 체제가 이어지면 탄핵 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간을 벌어야 하는 여당과 빨리 끝내야 하는 야당이 치열하게 대립할 전망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관 인사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적극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 옳냐, 아니냐는 것에 대한 (의견이) 학자마다 다른 게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내란 혐의 주동자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직무 정지된 장성 후임 인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 대행은 참모들에게 정치권의 총리 탄핵 압박을 신경 쓰지 않고 인사권, 거부권 등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가 더 중요하지, 개인의 거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며 "(탄핵이) 두려워서 권한 행사 결정을 안 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다만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게 최우선인 한 대행으로선 최대한 여야의 의견을 수렴해 권한을 행사할 전망이다. 현재 헌법재판관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이나 주중대사 등을 두고도 여야의 입장차가 있는 만큼 인사 공백 해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법률과 과거 사례 검토는 물론, 관계 부처 장·차관 등을 통해 여야와도 적극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