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일반특검법(내란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재표결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정가의 시선은 여야의 전략수정에 따른 합의 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사전 교감 없이 야당은 내란특검법 국회 표결을 다시 추진하고, 여당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기댄 재표결 저지 행보를 이어간다면 무한대치 상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바탕에 깔렸다. 야당은 여당이 요구한 제3자 추천 방식을 포함하겠다고 전하는 등 전략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외환유치죄'를 추가하는 등 수사 범위는 오히려 넓힌다는 방침이어서 여당과의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내란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해 찬성 198표, 반대 101표, 기권 1표로 최종 부결됐다. 대통령 또는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내란특검법과 함께 재표결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김건희특검법) 역시 찬성 196표, 반대 103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찬성 200표의 벽을 넘지 못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9일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이 요구했던 제3자 추천 방식으로 변경해서 발의하기로 한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반대 논리로 내세웠던 군사 기밀 요소도 특검 수사 브리핑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여당이 부담스러워한 김건희특검법은 시간을 두고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내란 특검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게 한 이유였다. 문제는 외환유치죄를 내란특검법 수사 항목으로 추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민주당은 외환유치죄를 추가한 제3자 추천 방식의 내란특검법을 곧바로 발의하겠다"며 "12·3 내란 사태의 명분을 위해 북한의 군사 공격을 유발한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국민을 전쟁의 참화 속으로 몰아넣으려고 한 것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여당을 압박하는 전략으로 정국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기존 민주당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앞서 민주당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일명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곧바로 탄핵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떤 조건을 내놓든 여당은 내란특검법과 관련해 협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안 보인다"며 "계속 방해하고 제동만 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외환유치죄를 추가를 받아들이면서 내란특검법에 유연한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힘은 쌍특검법 독소조항으로 넓은 수사 범위, 여당이 배제된 특별검사 추천 등을 내세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두려움 때문에 협상하지는 않는다. 동시에 부결된 특검법에서 독소조항을 걷어내는 논의 역시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이 독소조항을 제외한 내란특검법 수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의) 독소조항, 위헌적 요소를 제거한 안을 갖고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며 "이른 시간 내에 수정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의원총회에 논의를 부쳐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